[앵커]
거동이 힘들어 애처로워 보이는 남성, 지나던 시민이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보호가 아니라 벌을 줘야 하는 지명수배범이었습니다.
최재원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황색 조끼를 입은 60대 남성이 허리를 구부린 채 비틀비틀 걷습니다.
옆 사람 붙잡고 겨우 발을 떼는데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워 보입니다.
힘에 부치는지 남성은 가게 앞에 걸터앉아 있는데 반대편에서 경찰이 달려옵니다.
앙상하게 마르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는 지나던 시민의 신고를 받고 온 겁니다.
[목격자]
"너무 막 떠시길래 (걱정이 됐어요). 안 그래도 막 도와드려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옆에 분이 모시고 가시길래."
그제 오후 1시, 경찰은 보호를 위해 남성을 지구대로 데려간 뒤 신원 조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2년 전 벌금형을 받고 잠적했던 B급 수배범이었습니다.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폭행을 저질러 벌금 40만 원형을 받았던 겁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전전해왔는데 이후 허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 겁니다.
지난해 9월에도 뜻하지 않게 수배범을 잡은 적 있습니다.
6년 전 8700만 원대의 사기를 친 혐의로 A급 수배된 남성이 당뇨약을 처방받으려 병원과 약국을 방문했다 덜미가 잡힌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잡히는 수배범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강력 범죄로 형을 받거나 영장이 발부된 A급 지명수배자는 모두 4만 7천여 명.
이 가운데 공소시효가 만료된 범죄자는 4천 728명입니다.
10%의 강력 범죄 수배범을 잡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사건이 종결되는 겁니다.
수사기관은 긴급 공개수배자가 아닌 장기 지명수배자의 경우 별도 관리하거나 검거조를 운영하진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채널A 뉴스 최재원입니다.
영상취재 : 이락균
영상편집 : 김민정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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