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Love (스키장에서) - 터보]
"하늘을 봐 하얗게 눈이 내려와. 하얀 함박눈이 나비가 날아다니듯. 하얀 눈꽃송이 세상이 온통 하얗게 옷을 갈아입고 있어"
오늘 함박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서울에만 12cm 넘게 쌓였다죠.
습기를 머금고 있어선지 눈이 잘 뭉쳐지더군요.
동심으로 돌아가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뭉치기 힘든 싸락눈 같았습니다.
이재명, 이낙연 두 전직 대표가 함박눈 속에 만났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늘)]
"실제로 기대치에 부족한 점 있겠지만 '당을 나가시는 것이 그 길은 아닌 것이다'는 간곡한 말씀드렸습니다."
[이낙연 / 전 국무총리(오늘)]
"오늘 변화의 의지를 이재명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직 대표는 어떻게든 나가려는 명분만 찾고, 현 비상대책위원장의 '함께'라는 단어에는 이준석 이름은 없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지난 26일)]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우리 한번, 같이 가 봅시다."
[이준석 / 전 국민의힘 대표(지난 27일)]
"눈은 항상 녹습니다. 그래서 봄은 항상 옵니다. 보름달은 항상 지고, 초승달은 항상 차오릅니다."
정치권의 눈은 만남과 뭉침의 의미가 아니라 헤어짐과 홀로서기인 듯 합니다.
설욕(雪辱) '눈설'이라는 뜻도 있지만 '씻을 설'이라는 뜻도 됩니다.
설욕, 부끄러움을 씻는다는 뜻이죠.
정치가 아무리 경쟁이고, 선거는 전투라지만, 누군가 누구에게 설욕하고, 또 반격하고, 게임처럼 변질되선 안 되지 않겠습니까.
복잡한 생각들은 하얗게 덮고 함박눈의 낭만 가득한 날 되길 바랍니다.
천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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