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20만 원+오션뷰 숙소'의 실체 "신안 홍도 밀착 취재" [채연삶의현장]
육지에서 2시간 넘게 배를 타고 가야하는 전남 섬마을 '홍도'. 최근 이곳의 단 하나뿐인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하자, 전학을 오면 매월 320만 원 상당 일자리와 집까지 제공해 주겠다고 해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데요. 실제 홍도에서의 일상 생활은 어떨지 가봤습니다.
네, 현재시간 밤 10시, 저는 목포행 KTX 막차에 타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 첫 배를 타고 목포에서 홍도로 가기 위해서인데요.
"주거지까지 지원해 주고 거기다 (부모) 일자리까지 알선해 주고, 유년을 홍도에서 자랐다. 아이들 정서적으로 좋다는 거죠. 도시는 얼마나 삭막해요."
"(4가구 뽑는데) 11월 3일까지 107건이 접수됐거든요. 동해, 제주, 일산, 서울, 인천, 전국적으로 다 온 것 같아요."
자정이 넘어서야 목포역에 도착했는데요.
저는 근처에서 잠깐 눈을 좀 붙이고, 홍도로 가기 위한 첫 배를 타러 갑니다.
"(홍도 가려고 하는데요.) 5만 2천 원이요. (원래 이렇게 비싼가요?) 유류 할증료 때문에요. (대신) 주민들은 1천 원이에요."
저는 지금 목포에서 홍도로 가고 있는데, 출발한 지 한 10분 정도 됐습니다. 아직까지 멀미를 하고 있지는 않은데.
"(염전 노예 (사건 등 때문에) 신안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 댓글 보니까 너무 부정적인 말들이 쓰여 있어서 속상하더라고요. 주민들도 조심하고 있는데, 섬이다 보니까 이야기들이 더 오래가더라고요."
2시간 40분 정도 걸려서 이곳 홍도 연안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뱃멀미가 너무 심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평소보다 조금 심한 수준이었다고 해요.
홍도 분교로 가서 아이들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홍도 분교 몇 회 출신이세요?) 35회입니다. 그때는 학생들이 많았거든요. (전교생이) 100여 명. (지금은요?) 6학년만 3명 있습니다."
지금은 체육 시간인데요. 아이들이 티볼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전교생이 단 세 명이다 보니까 순서가 금방금방 와요.
"(특히 뭐 할 때 아쉬워요?) 피구나 축구할 때 인원수가 너무 적어서... (후배들이 잘하면 들어올 수도 있는데, 선배로서 한마디?) 후배들아 라떼는~ (분교 초등학교의 좋은 점?) 할 거 많고 재밌고.. 학교 끝나면 운동장이든 놀이터든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요. 도시학교는 선생님이 잘 챙겨주지 못해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겠지만, 저희 홍도 분교는 선생님이 늦게까지도 잘 챙겨주시고, 학교 관리도 해주셔서 너무 안전합니다."
"푸드아트는 주 2회 정도 하고 있는데 과자나 과일, 채소나 야채를 사용해서 하기도 하고, (이곳 홍도에서의 학교 수업과 도시 수업과 차이가 있다면?)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뭔가 거기 얽매이지 않고 자기의 표현을 할 수 있게끔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제 궁극적인 목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섬에서는. "
실제 (전학 세대 학부모의) 일자리가 될 횟집에서 (월급 320만 원짜리) 일을 해보겠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부산요."
"(홍도는 어떤 일로 오셨어요?) 관광 왔어요. 근데 이 조합이 어떤 조합일 것 같아요?"
"살기도 좋지, 일자리도 주지, 집도 주지 이런 데가 어딨노?"
"돈만 있다고 살아지겠소? 요새 젊은 사람들은 거기에 인프라가 안 따라주면, 외로움을 많이 타지."
(새벽) 6시 반을 향해서 시간이 가고 있는데, 많이 올라가지 않고도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해서 10분 만에 홍도 일출 전망대에 다다랐습니다. 홍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운동장에서, 바닷가에서,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자랐잖아. 도시 애들은 그렇지 않잖아. 여기 오면 애들만큼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휴대폰 없이도 어렸을 때 간직할 수 있는 추억들이 육지보다 훨씬 많아요. (그런 아이들이 마음이 여유롭고) 따뜻하고. (같이 살아간다는 걸 배울 거 같아요.) 그렇죠. "
"(안녕하세요~ 홍도에서 장 볼 수 있는 데가 여기인 거죠? 뭐 해 먹을 만한 거 없어요? 야채나...) 가정집은 마트에 주문 하잖아요? 내일 아침 배로 들어와요. (뭔가 해 먹을 만한 건 없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떻게 해먹어요?) 식자재는 컬리에서 시키면 와요. (추가요금은?) 없어요."
이곳으로 (아이들이) 이사 오게 되면 엄마, 아빠와 살게 될 집이 과연 어떤 집일지 저희가 미리 둘러보러 가고 있는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현관문을 딱 열면, 바로 홍도의 관문인 녹섬을 볼 수 있습니다.
데크를 따라서 쭉 산책로가 나 있고, 산소가 엄청 많습니다.
공기만큼은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좋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여기서 유치원 다니고,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가면서 목포로 갔는데 (여기서는) 친구가 없어요. 아들하고 둘만 놀 수 없잖아요. (많이 보고 싶으실 것 같아요.) 여기 후배들도 앞으로 결혼하고 그러면 그게 제일 걱정일 거예요."
"(결혼하시고 여기서 정착하실 계획이라고.) 한 3년 정도 아이 생기기 전까진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이 키우면 지금 같은 조건에선 학생 수도 많이 없고요. 이 정책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유지된다고 하면 저도 여기서 키울 수도 있겠죠. 근데 아직 먼 얘기라서요. (애들이 들어와서 휴교가 안 되고 하면 계속 이어진다고 하면 키우실 의향 있어요?) 한 10명 정도만 되도 키우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