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누가 봐도 우리가 아는 그 UN 관련 단체 같죠.
그래서 기업들도 후원금을 44억이나 냈고, 문재인 대통령도 단체 출범식 때 축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유엔과 아무 협약도 맺지 않은 단체였습니다.
이현재 기자입니다.
[기자]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출범식 (문재인 당시 대통령 대독)]
"도시의 미래가 곧 청년의 미래입니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2019년 11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출범식 당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보낸 축사입니다.
국회 사무처 소속 법인인 이 단체는 박수현 전 대통령 국민소통수석이 초대 회장을 맡았고, 출범식에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등 민주당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가상자산회사 두나무,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총 44억 원의 기부금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가 실제로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맺은 협약은 없었습니다.
국회 사무처가 협약 체결을 세 차례나 요구했지만, 현재까지도 협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공식 협약없이 로고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유엔해비타트 본부에서도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기부금 사용 내역에도 문제가 있어보인다며 국회 사무처가 법인 등록을 취소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하태경 /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위 위원장]
"기부금 44억 원인가요. 다 돌려줘야 된다. 기재부에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 있어요. 이것도 UN 해비타트 협약 없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정을 취소해야 된다."
지난해 기부금 사용 내역을 보면 서울 여의도 등지의 식당에서 식비를 수천만 원씩 썼는데, 참치집과 장어집에서 각각 154만 원, 178만 원을 써놓고 지출 목적에 '여비 교통비'로 적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식당에서만 2억 4천만 원 넘게 썼습니다.
국민의힘의 문제제기에 대해 한국위원회 측은 "그동안 본부와 다양한 협력을 통해 조직적 실체를 인정받았고 근거 없는 명예훼손에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채널A 뉴스 이현재입니다.
영상취재 : 김찬우
영상편집 : 이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