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는 기자, 아자 시작합니다.
외교안보국제부 김범석 차장 나왔습니다.
Q1. 어제 밤 한국을 찾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조금 전까지 우리 정부 관계자를 만났죠. 누구를 어디서 만났는지 그 소식부터 간단히 전해주시죠.
네, 오늘 그로시 사무총장은 공식 일정 모두 비공개로 진행 중인데요,
한 마디로 '보이지 않는 행보'인데요,
오후 4시부터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서울 정부 종합청사에서 만나 30분 간 회담을 나눴고, 직후에는 박진 외교부장관과도 30분 정도 회담을 가졌습니다.
현재는 외교부장관 주최 만찬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Q2. 정부 관계자와의 비공개 회담에선 무슨 이야기가 오갔나요?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다는 IAEA 최종 보고서 내용을 한 번 더 우리 측에 설명했고, 유 위원장과 박 장관 등 우리 정부 인사들은 지속적인 검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우리 측 입장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 정부 인사들은 실제 오염수 방류가 시작 되어도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류가 기준에 맞춰 잘 방류하는지, 지속적인 검증과 모니터링을 요청한 것인데요,
특히 IAEA의 지속 검증을 위해 우리 전문가들의 참여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어제 우리 정부의 자체 검증 보고서에도 제안 및 권고 사항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Q3. 그렇군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 목적이 궁금해지는데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인데요,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한 이야기의 시작이 2달 전 한덕수 국무총리의 유럽 순방 때라고 합니다.
당시 한 총리는 오스트리아 빈 국제센터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을 만나 편한 시간에 한국을 방문해달라며 의례적으로 말을 건넸는데, 이후 IAEA 측에서 일본 방문과 동시에 우리나라 등 이해 관계국에 IAEA의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정부에 방한 계획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내일까지 우리나라에 있고 이후 뉴질랜드와 태평양 도서국 등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다만, 한 정부 관계자는 방한 일정이 매우 급하게 정해지다보니 일정 조율에 애를 먹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Q4. 급하게 정해져서 그런가요? 방한을 했는데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총리도 만나고 후쿠시마 현장도 가고 광폭 행보를 했는데요.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늘 청사 방문 때도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무답이었습니다.
정부도 회담을 모두 비공개로 했고, 당초 예정 됐던 기자회견도 취소가 됐고요.
일본 내 행보와는 다른 상황입니다.
[라파엘 그로시 / IAEA 사무총장 (어제 일본)]
"한국은 일본의 인접국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 (요청이 온) 야당 의원들도 만날 의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IAEA 측 모두 조심스럽다는 입장입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칫 우리 정부가 IAEA 편에 서서 IAEA를 홍보하는 것처럼 비춰질 것이 우려된다고 했는데요,
아직 오염수 방류 자체 찬반 입장은 내놓지 않은 정부로서는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나 시위 등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IAEA 측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 내 정치 과열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용훈 /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든지 의견 청취라든지, 이런 걸 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은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Q5. 어제 김포 공항 입국 상황도 매우 혼란스러웠죠.
입국부터 '험난' 그 자체였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어제 밤 10시 50분 쯤 김포 공항에 도착했는데, 수십 명의 시위대가 오염수 방류 반대, 그로시 사무총장 입국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격렬히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결국 그로시 사무총장은 비행기 도착 후 2시간 지난 새벽 1시 쯤 공항을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로시 사무총장의 숙소와 정부 청사, 광화문 광장에서도 잇달아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Q6. 여야 공방도 거세지고 있죠.
네, 오늘 국민의 힘 윤희석 대변인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입국 소동과 관련해 "국제적 망신이고, 더불어민주당의 거짓 괴담 선동으로 빚어진 참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IAEA 사무총장이 핵 폐수 방류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IAEA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의심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내일 그로시 사무총장이 야당 의원들과의 면담이 예정 돼 있는데요, 대책위원회의 한 의원은 "얼굴 붉히고 싸우는 자리 아니겠냐"며 공개적으로 그로시 사무총장과 논쟁을 벌이겠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