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이 키우는 걸 포기한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을 하면, 이 아이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가 뜨겁습니다.
병원 밖 출산을 방지해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단 논리와 반대로, 양육 포기를 조장할 것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선 보호출산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세계를 보다, 전혜정 기자입니다.
[기자]
[현장음]
"걱정 마, 잘 될 거야. 넌 소중한 아이니까."
아빠와 엄마가 누군지 모르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고,
[현장음]
"(안녕하세요. 사회복지사인데요.) 전 안 키울 겁니다."
아이를 낳고도 양육을 포기한 엄마의 이름은 그 순간부터 'X'가 됩니다.
출산 후 위탁부터 입양까지. 프랑스 정부가 책임지는 '보호출산', 이른바 'X의 출산'을 담은 영화입니다.
비밀출산, 익명출산 등으로도 불리는 보호출산은 신생아 유기를 막기 위해 익명으로 출산을 하는 방식입니다.
낙태를 금지하는 가톨릭 교리가 배경이 된 프랑스 보호출산 역사는 100년이 넘었습니다.
산모 X가 낳은 아기를 병원이 대신 출생신고를 하고, 국가가 후견인으로서 입양을 돕습니다.
산모의 동의가 없으면 개인정보 파일은 철저히 봉인해둡니다.
산모는 출산 비밀과 신원 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라는 민법을 근거로 한 프랑스의 보호 출산은 익명성이 핵심입니다.
작년에만 프랑스 여성 209명이 이 법에 따라 출산했는데요.
프랑스만이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들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양육포기를 부추긴다는 평가도 있지만 독일에서는 상담 과정에서 마음을 바꾸는 비밀출산 신청자가 4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독일과 체코에서는 신상 정보 공개를 원치 않는 친모를 상대로 가정법원에서 아이가 승소할 경우 열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논란과 혼란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입 100년이 지난 프랑스에서는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친모의 정보 제공 동의를 꾸준히 기다리고 있고, 자신이 'X가 낳은 아이'라고 털어놓은 프랑스 가수의 사모곡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곡명 '아는 사람' / 프랑스 가수 '토마']
"우리가 길에서 만난다면 분명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거야. 후회하면서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이웃나라 일본에선 2년 전 한 사립병원이 산모 11명의 익명 출산을 도왔지만 일본 정부는 법적 도입에는 신중합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 일본 관방장관(지난해)]
"출산에 대한 알 권리, 진료 기록이나 호적의 취급 등 다양한 논점에서 (국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아 유기를 막기 위해 보호출산 제도 논의가 시작된 우리나라도 도입까지 진통이 예상됩니다.
[정재훈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신 갈등 상담이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낙태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입양을 보낼 수도 있고, 만약 키우게 되면 부모로서 준비하고 이런 과정들이 (상담소를 통해) 쭉 이어지는 거죠."
제도 도입만이 능사는 아닌 만큼, 출산과 입양 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계를 보다, 전혜정입니다.
영상취재 한효준
영상편집 배시열
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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