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 열심히 살겠습니다"…응원과 축복 속 탈시설 중증장애인 커플 결혼
[앵커]
대구의 보호시설에서 수십 년 동안 함께 생활하던 중증 장애인 커플이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혼례를 올린 이들은 시설에서 벗어나 자립의 꿈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지훈 기자입니다.
[기자]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꽃단장하는 새신부의 얼굴이 긴장으로 한껏 경직돼 있습니다.
신부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아직도 결혼식이 실감 나지 않은 듯 신랑도 긴장되긴 마찬가지.
예복으로 선택한 우아하고 기품 있는 한복을 입고, 마무리 단장을 마치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자 비로소 얼굴에 웃음이 번집니다.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두 주인공은 중증 정신장애인인 신랑 이경남 씨와 신부 김성희 씨.
62살의 신랑과 54살의 신부는 노숙인 보호시설인 대구 희망마을 출신입니다.
이들은 24년 전 시설에서 처음 만나 수십년간 서로 의지하며 사랑을 꽃피웠습니다.
"너무 예뻐요. 원래 예쁜데 화장해놓으니까 옷도 입혀놓으니까…미남이죠. 잘생겼죠."
2년 전 함께 시설에서 자립한 이들 부부는 올해 2월 혼인신고를 하고 정식으로 부부가 됐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은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보호시설 관계자와 복지기관, 민간업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살아생전에 결혼할 수 있을까 생각도 안 했는데 여러분들이 도와줘서 같이 결혼식 하니까 경사스럽죠. 고맙죠."
대구 희망마을엔 노숙인과 중증장애인 600여 명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회서비스기관인 대구행복진흥원은 시설인들의 자립을 위한 교육과 주거지 제공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사회로 나가 보통의 가정을 꾸리고 지역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아주 이상적인 탈시설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주변의 도움과 축복 속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이 우리 이웃으로 안정적으로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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