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혹시 강원도에 있는 알프스 스키장 아시나요?
1984년 생긴 우리나라 4호 스키장인데 17년째 방치돼 폐허가 됐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민영 기자가 현장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기자]
17년 전 문 닫은 스키장입니다.
지금은 숲도 스키장도 아닌 폐허가 돼버렸는데요.
오랜 세월 이렇게 방치돼 온 이유는 뭘까요.
현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 무언가로 밀어낸 듯 잡풀만 무성한 구간이 보입니다.
스키장 슬로프로 이용하다 방치된 곳입니다.
풀숲을 헤집으며 올라가보니, 리프트가 있던 자리엔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있고, 철거되지 않은 땅속 배관도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 어른 허리 깊이만큼 땅이 패인 곳도 있습니다.
[이호영 / 한길숲연구소 소장]
"콘크리트나 이런 것들은 관리될 때는 거기로 물이 흘렀겠지만 관리되지 않는 순간 막히거나, 그러면 그 옆에 크게 세굴(침식)이 일어나거든요."
1984년 국내 네 번째로 개장한 강원도 고성의 알프스스키장.
시설이 노후화되고, 경쟁 스키장들이 많이 생기면서 지난 2006년 휴업했지만, 방치된 채 흉물스럽게 서 있습니다.
[유현국 / 마을 주민]
"다시 개발을 하든가, 자연대로 놓든가. 그래야 하지, 이렇게 놔두면 마을 점점 더 망가지는 거밖에 안 되죠. 폐허를 가만히 놔두면."
리조트 건물은 칠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뜯겨 폐허가 됐고, 내부엔 스키와 부츠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습니다.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일부 유튜버들의 흉가체험 장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산림청의 허가를 받아 국유림에 체육시설을 지을 경우 폐업 뒤 복구할 의무는 사업자에게 있습니다.
사업주 측은 "앞으로 풍력 발전을 할 것"이라면서도 철거나 개발 계획을 차일피일 미룹니다.
[알프스스키장 관계자]
"풍력하고 기타 이런 것으로 해서 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딱 까놓고 이야기해서 이게 문제인 거 아니에요, 복구하려면. (돈이요?) 그렇지."
백두대간을 따라 2시간을 내려가면 나오는 또 다른 스키장.
지난 2008년 개장했지만, 3년 뒤부터 정상부 슬로프 3개의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지금은 12면 슬로프에 설치된 리프트 대부분이 멈춰있습니다.
한때 슬로프였던 이곳은 방치된 채 잡풀까지 자라고 있는데요.
철조망도 그대로 있고 표지판이랑 조명도 남아 있습니다.
일부라도 운영은 하고 있어서 지자체가 개입할 방법은 없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
"(산지 전용 허가를) 취소하거나 이러면 산지 복구에 들어갈텐데, 운영이 되고 있는 거거든요. 슬로프 몇 개 운영 안 한다고 해서 부분적으로 취소할 수 있고 그런 게 아니에요."
스키 인구는 주는데 겨울철 이상 고온과 눈 부족으로 상당수 스키장들은 운영난을 호소합니다.
포천의 베어스타운, 용인 양지 파인, 남양주 스타힐 등 3곳이 최근 3년 새 운영을 중단하거나 폐업했습니다.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 폐업은 못 하고, 그렇다고 자연복구도 엄두를 못 냅니다.
[이호영 / 한길숲연구소 소장]
"사업이 끝나고 나면 원상태로 복구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뭐 선진국에서는 그 원칙을 굉장히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요."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 만들어야 하는 스키장.
폐업 이후에라도 국가 차원의 적극적 복원 계획이 필요합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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