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덮친 노숙촌·구룡마을…"뜬 눈으로 밤새"
[앵커]
말 그대로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강추위 속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할 수밖에 없는데요.
노숙인들이 머무르는 서울 용산 텐트촌과 화마가 덮친 구룡마을에 취재기자가 다녀왔습니다.
한채희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 텐트촌에도 한파가 들이닥쳤습니다.
냉기를 막기 위한 방한재와 천막이 텐트를 감싸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나무 사이에 걸어둔 옷가지는 뻣뻣하게 굳어버렸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살을 에는 강추위에 주민들이 먹다 남은 물병도 꽝꽝 얼어 있습니다.
고시원에서 하룻밤 보내고 돌아온 노숙 주민도 있습니다.
"되게 추울 적에는 못 있어. (오늘 같은 날?) 예. 좀 따뜻한 날에는 핫팩 같은 거를 주머니에다가 넣죠…어떻게 버티긴요, 침낭이랑 이불 같은 거 덮고 있겠지."
체감온도가 영하 26도까지 떨어진 밤, 십여 명은 마땅히 피할 곳을 찾지 못해 텐트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침낭에 핫팩 여러 개를 넣어 추위를 달랬고, 가스버너에 언 손을 녹였습니다.
"핫팩은 매일 갖다 드리고 물 같은 것도, 건강 상태도 확인하고 무료 진료도, 서울역 무료 진료소 와서 받으실 수 있게…."
추위도 문제지만 천막에 각종 종이 쓰레기까지, 텐트촌 곳곳에는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몸 녹일 보금자리가 없는 건 서울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
명절을 하루 앞두고 잿더미가 된 집터에는 부서진 연탄과 깨진 그릇 조각이 뒤섞여 있습니다.
"우린 여기서 연탄을 때고, 연탄 때면 방이 참 따듯하거든요. 그래서 이웃끼리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살았는데…."
주민들은 설 명절에도 불에 탄 마을을 지켜야 했습니다.
"친인척 집이나 자식 집에 가려고 해도 옷도 그렇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니까 갈 입장이 안 되니까 많이 주저하고…."
천막 안에 꾸려진 주민 비상대책본부도 뾰족한 겨울나기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우리 집을 짓기 위해서는 천막을 쳐서라도 알려서 '도와주십쇼' 하는 거죠."
유난히 추운 겨울, 주거취약계층 시민들의 몸과 마음은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
[email protected])
#용산구텐트촌 #강남구룡마을 #주거취약계층 #한파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