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차량 32대가 뒤엉키며 5명이 목숨을 잃었던 2년 전 전북 남원 사매터널 참사.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가 터널을 순식간에 채우며 인명피해가 커졌습니다.
이렇게 대형 교통 사고가 발생하면 죽음의 지옥이 되어버리는 터널들, 지금은 안전한지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기자]
차량들이 터널 내부로 들어서자 줄지어 멈춰섭니다.
곧이어 들이닥친 탱크로리, 빙판길에 미끄러져 벽에 충돌하더니 뒤집힙니다.
다른 탱크로리들이 연쇄 추돌하면서 화염이 솟구칩니다.
5명이 목숨을 잃고, 43명이 다친 남원 사매2터널 폭발화재 순간입니다.
터널에 유독성 연기가 차오르면서, 구조대 진입이 어려웠고 인명피해도 컸습니다.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화물차 기사는 터널을 지날 때마다 몸서리를 칩니다.
[이종태 / 화물차 기사]
"숨이 콱 막히는 느낌? 유독가스를 마셔서 저도 몇 번 엎어지고 달렸죠. 어쩔 수 없이 운전하고 있지만 그 터널 지나갈 때마다 끔찍하죠."
사고 이후 사매2터널에는 구간단속 카메라와 미끄럼 방지시설이 새로 설치됐습니다.
조명도 LED로 바꿔 내부도 밝아졌습니다.
하지만 유독성 연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제트팬은 보이지 않습니다.
충북 영동터널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노선 변경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환기용 제트팬이 달려 있는게 보이는데요.
하지만 사고 터널엔 이 제트팬이 없어 연기와 유독가스를 빠르게 배출할 수 없었습니다.
화재 상황을 가정해 연기를 피우고 제트팬을 가동하자 연기는 금세 터널 출구로 빠져나갑니다.
기존엔 방재 2등급 이상 터널만 의무적으로 제연설비를 설치한 탓에, 3등급인 사매2터널은 제트팬 설비가 없었습니다.
사매2터널 사고 이후 신설하는 터널은 길이 500m 이상, 기존 터널도 대피시설이 없을 경우 250m 이상이면 제연설비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11월 5톤 화물차에서 난 불로 200여 명이 대피한 서울 방면 내곡터널.
당시 터널에 연기가 차오르자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차를 버리고 탈출했습니다.
[대피 운전자]
"연기가 많이 차오르고 있던 상황이었죠. 많이 무섭고 빨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컸고요."
내곡터널은 길이가 1km가 넘지만 1994년 지어진 데다, 서울 방면의 경우 자연환기가 잘 된다는 이유로 제연설비가 없었습니다.
사매2터널 사고 이후 대책이 마련됐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는 겁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제트팬은 추가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데 예산 때문에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전문가들은 제연설비를 늘리는 것 만큼이나 운영 역량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함승희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제연설비를 조작하는 분의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현지 훈련을 해서 관숙(숙달)도를 높여줘야 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2018년 이후 최근까지 발생한 터널 화재는 67건.
올해 들어서도 9건에 이릅니다.
한 번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터널 화재, 대응책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홍주형
AD : 나난현
남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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