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가 세계 126위, 말 그대로 후진국 수준인 영역이 있는데요.
바로 여성의 정치참여입니다.
국회의원 중 여성은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건데요.
그런데 이것보다 더 심각한 나라(163위)가 바로 일본이죠.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의원이 당선됐지만 여전히 우리 절반 수준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여성, 그것도 엄마로 정치를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세계를 가다 김민지 특파원이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학교 준비물을 챙기고, 급히 머리까지 묶어준 뒤 함께 등굣길에 나섭니다.
[현장음]
"빨리! 빨리!"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며 매일 분주한 아침을 보내는 이토 다카에 의원입니다.
처음 정계에 입문했던 6년 전 유일하게 아기를 키우던 이토 의원은 사무실을 키즈룸으로 만들었다가 1500건의 불만이 쇄도했습니다.
[이토 다카에 / 일본 참의원]
"'의회란 신성한 장소에서 애들이 졸졸 따라다니면 일이 되냐' '의원을 깔보지 마라', 이 나라의 현실이에요."
그러나 여성이자, 엄마로서 힘들었던 경험은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이토 다카에 / 일본 참의원]
"저처럼 육아와 일을 병행한, 경험 많은 이들이 있다면 다양한 정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성의원 35명이 입성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 달 참의원 선거에서 이토 의원 역시 재선에 성공했지만 여성만 겪어야 하는 '5가지 벽'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이토 다카에 / 일본 참의원]
"'여자가 정치라니' '엄마 주제 선거라니' 이런 말이 일본에서 나옵니다. (상대후보가) 남자니까 이쪽은 여자라든지…할아버지 정치가랑 싸우는 게 아니라 일본 정치 상식과 싸우는 것이죠."
국제 의원 연맹에 따르면 일본의 여성 의원 비율 순위는 163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는 조금 앞서는데요.
전 세계 여성 의원 수 평균은 26%를 넘지만, 일본은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발탁으로 방위상을 역임했던 이나다 도모미 의원 역시 유권자 절반이 여성이지만 바뀌지 않는 정치 현실을 지적합니다.
[이나다 도모미 / 일본 중의원]
"자민당 중의원 경우 7%만 여성의원이에요. 민주주의가 한쪽으로 쏠린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후보자 남녀 균등법도 4년 전 도입됐지만 위반해도 벌칙이 없어 무용지물입니다.
[이나다 도모미 / 일본 중의원]
"현직의원 우선이고,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뽑힌 신인의원도 전부 남성이죠. 좀 이상하다고 할까요. 후보를 정하는 게 정형화됐어요."
일본 정부는 3년 안에 여성 후보자 비율을 35%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변하는 기미를 찾아볼 수 없어 차라리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이혜진
김민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