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 아베 전 총리 유세 중 산탄총 맞고 심폐정지 상태
[앵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가슴 부위에 총에 맞고 쓰러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해 수사 중인 가운데 아베 전 총리는 심폐정지 상태로 의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글로컬뉴스부 김지선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현재 상황을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오늘(8일) 선거 유세 도중 산탄총에 맞아 쓰러져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오늘 오전 11시 30분쯤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한 역 앞에서 오는 10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고 NHK와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는데요. 당시 총성과 같은 소리가 두 차례 들렸으며 아베 전 총리가 가슴 부위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고 현장에 있던 NHK 기자가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뒤에서 산탄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당국은 그가 심폐 정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심폐 정지는 심장과 호흡이 정지했지만 의사에 의한 사망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로 이송되던 초기에는 의식이 있었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기도 했지만, 이후 의식을 잃고 심폐 정지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누가 아베 전 총리에게 총을 쏜 건가요?
[기자]
경찰은 현장에서 40대 남성 한 명을 체포해 살인 미수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소지하고 있던 총도 압수했습니다. 용의자가 쏜 3발 중 2발을 맞았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는데요. 현장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흰색 연기가 피어오른 후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한 남성은 처음에는 "불꽃인가 하고 생각했다"며 제압된 남성이 들고 있던 총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꽤 컸다"고 말했습니다. 산탄총은 말 그대로 한 번 방아쇠를 당기면 여러 개의 탄환이 흩어지듯 발사되는 산탄을 사용하는 총으로, 보통 엽총으로 많이 쓰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총기 소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오늘 같은 총격 사건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가, 어떤 이유로 총을 쐈는지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일본에선 내일 모레 10일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베 전 총리도 선거 유세 중 피습을 당한 건데요. 이번 참의원 선거는 집권 자민당을 이끄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데요. 상원 성격인 참의원 정원은 248석, 임기는 6년인데 3년마다 절반을 새로 뽑는 형식입니다. 현지 주요 언론들이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이 자민당과 공명당이 선거 후 참의원에서 과반을 무난히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을 지지하는 세력이 개헌안 발의를 위해서 필요한 개헌의석, 참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유지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다면 이 선거가 미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 국민 간 갈등을 가질만한 첨예한 선거 현안이 있었을까요?
[기자]
네 바로 개헌 문제인데요. 자민당이 내놓은 개헌안은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의 전쟁 포기, 전력 비보유를 유지하되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비교하면 헌법 개정에 소극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근래 개헌 의욕을 부쩍 드러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개헌에 대해 "가능한 한 시간을 끌지 않고 국민이 선택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헌법을 개정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총 의원 3분의 2 이상이 각각 동의해 개헌안이 발의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합니다. 특히 참의원의 경우 이번에 정원의 절반을 새로 뽑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논의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아베 신조 전 총리,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올랐습니다. 전후 세대 출신의 첫 번째 총리이자 전후 최연소 총리 그리고 역대 최장 기간 집권한 일본 총리 기록을 보유한 인물인데요. 하지만 1년만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사퇴했다가 2012년 정권 교체에 승리하면서 총리에 복귀하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고, 이후 9년 가까이 집권하게 됩니다. 집권 기간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의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해, 일본의 경제를 상당 수준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베 전 총리를 얘기할 때 한일 관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아베 신조의 그릇된 역사관은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됐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고요. 극우성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일본의 재무장 및 군비 증강을 계속 주장했었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평화헌법 개정을 자신 집권 동안 하지 못한 걸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건강 문제로 9년만에 총리를 사임했지만 현재도 중의원 의원으로 재임 중이입니다. 특히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 정책연구회의 회장으로서 막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 정부의 공식 반응은 나온게 있나요?
[기자]
일본 관방장관은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았으며, 상태를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기시다 현 총리는 지역 유세를 중단하고 복귀하고 있고 관저에 대책실이 설치됐다고 하는데요. 일본 모든 언론이 속보 형식으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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