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해안 일대를 덮친 산불이 난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진화까지 역대 최장인 213시간이 걸린 이 산불로 많은 이재민들이 집과 일터를 잃었습니다.
이제 장마철인데 여전히 컨테이너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빨간 지붕과 긴 서까래가 보기 좋았던 집,
김재길 씨는 이제 그 집을 사진으로만 만납니다.
석 달 전 닥친 동해안 산불은 4대째 살아온 집을 모두 태워버렸습니다.
김 씨는 동해시가 임시로 설치한 컨테이너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해시에만 이렇게 컨테이너나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재민이 73명이나 됩니다.
[김재길 / 동해 산불 이재민]
"완전 전소됐어요. 고조할아버지 보는 책이라든가, 족보 이런 것들이 다 타니까 많이 아깝더라고요. 동해시에서도 문화재 지정한다고 와서 보고 갔는데."
컨테이너 뒤편 야산도 처참합니다.
탄 냄새가 진동하고, 나무에 스치기만 해도 손이 새까매집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산사태 걱정이 앞섭니다.
[김재길 / 동해 산불 이재민]
"밑까지 팍삭 말라 있으니까 이렇게 땅이 드러났잖아요. (큰 비가 내리면 장마철이 걱정되는데요?) 떠내려가죠. 좀 위험한데."
김일례 씨도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구해준 임대아파트에 묵고 있습니다.
화재 당시 급히 몸을 피하느라 맨몸에 가방 하나만 겨우 챙겨 나왔습니다.
임대아파트를 비워줘야 하는 2년 뒤가 더 걱정입니다.
[김일례 / 동해 산불 이재민]
"오갈 데가 없잖아요. 대출 받아서 집 지으려 해도 노인네가 뭔 대출을 받고 갚을 능력도 없는데."
강릉과 동해를 불바다로 만든 50대 방화범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울진 삼척 산불을 낸 사람은 아직까지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초 발화 지점은 이렇게 테이프를 둘러 출입을 막아놨는데요.
산불이 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곳엔 아직 불을 낸 사람을 찾는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발화 직전 지나간 차량들을 파악해 조사를 벌였지만, 화재와의 연관성은 찾지 못했습니다.
영구 미제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울진군 특별사법경찰 관계자]
"탐문수사를 7월 정도까지 계속 진행해보고 더 이상 나오는 게 없다고 판단되면 기소중지를 진행할 생각인데…."
송이 재배 농민은 홧병이 났습니다.
[박광훈 / 울진 산불 피해 농가]
"속이 상해서 산불 끝나고 입원했다가 나왔어요. 30년 후면 송이 난다고 하지만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소리죠."
송이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경작비를 지원해준다지만, 불탄 산에서 뭘 키울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박광훈 / 울진 산불 피해 농가]
"지금 산에서 무슨 작업을 하겠습니까. 살고 있는 현실을 파악 못하고 있어요."
동해안 산불이 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주민들의 속은 지금도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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