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로스앤젤레스.
평화로워 보이는 이 도시에 지옥 같은 아비규환이 벌어진 건 인종차별 때문이었습니다.
LA 폭동 이후 30년 최대 피해자였던 한인 사회는 누구보다 용서와 화해에 앞장섰는데요.
정작 미국 사회는 인종차별과 혐오에서 얼마나 더 자유로워진 걸까요.
워싱턴에서 유승진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도로 표지판을 들어 올려 건물 유리창을 박살 냅니다.
화염에 휩싸인 건물들은 곳곳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습니다.
1992년 4월 29일.
흑인 청년을 구타한 백인 경찰관이 무죄 평결을 받자,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흑인들의 방화와 약탈이 이어졌고, 1년 앞서 한인 슈퍼마켓에서 흑인 소녀가 총격에 숨진 사건을 떠올리며 흑인들의 분노는 당시 한인들을 집어삼켰습니다.
상점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되고 한인들은 목놓아 울었습니다.
총을 들고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터전은 물론 목숨마저 위태로웠습니다.
[현장음]
"사람한테 총 쏘지 마! 사람한테 총 쏘면 안 돼! 예. 알았어요."
이후 3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인들은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았고
[임혜빈 / 한인 비영리단체 페이스(FACE) 회장]
"2300명이 넘는 상인과 그들의 생계가 파괴됐던 최대 규모의 반아시아 폭력 사건이었습니다."
한인과 흑인 사회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는 아시아계와 흑인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화합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한인들의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LA에서 열린 BTS 공연에는 지구촌 수십만 팬들이 몰려들어 도시를 뒤흔들었습니다.
2020년 선거에선 4명의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이 한꺼번에 당선돼 정계를 누비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2의 폭동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30년 전 약탈과 방화가 미국 곳곳에서 되풀이됐고 12년 만에 가장 많은 증오 범죄가 벌어졌습니다.
아시아계, 특히 노인과 여성이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채널A 뉴스 유승진입니다.
유승진 워싱턴 특파원
영상편집 : 김민정
유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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