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왜, 정치부 노은지 차장 나왔습니다.
Q. 화기애애했고, 가장 오래 만났다고 하더니 왜 하루 만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건가요?
한 자리에서 웃으며 얘기했지만 생각은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회동 결과에 대한 브리핑 내용을 두고 청와대와 인수위 측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를 보면 생각이 얼마나 달랐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어제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하잖아요.
오늘 양쪽 모두를 취재해봤더니 청와대는 '면밀히'에 인수위는 '협조'에 방점을 뒀습니다.
거기다가 회동에서는 예비비를 언제 상정해 처리하겠다는건지 그런 구체적인 얘기는 나누지 않았거든요.
각자 해석하기 나름인거죠.
Q. 그렇게 오래 만나고도 정확히 의중을 몰랐나보죠. 청와대 기류도 바뀐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거네요.
윤 당선인 측이 협조에 방점을 찍어 설명하다보니 기자들도 용산 이전 문제는 해결된 줄 알았는데, 청와대 내부를 취재해보니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원점 재검토까지는 아니고요,
기존에 우려했던 '안보공백' 문제가 없는지 아주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합니다.
안보 공백에 대비할 예산이 기존 예비비 안에 포함됐는지, 제대로 반영됐는지 살펴보겠다는 거죠.
Q. 그럼 청와대 입장은 회동 전이나 후나 그대로인 건가요?
그렇죠. 어젯밤까지도 예산 관련 부처에서는 회동이 잘 끝나면 당장 오늘 국무회의에 예비비 안건을 상정해야할지 모르니 대기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까지도 아무 지시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윤 당선인 측에 물어보니 딱히 예비비 안을 수정해서 제출하라는 요구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청와대 관계자는 알아서 고쳐오지 않겠냐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Q. 그래서 5월10일 취임식 때 용산 집무실로는 들어갈 수 없게 됐다는 거구요.
네, 공사 기간을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선인 측에서도 사실상 포기라는 얘기가 나오는거고요.
기존 국방부가 이사가고 대통령 집무실용으로 건물 리모델링하려면 40일에서 최대 50일까지 걸리는데 그럼 이번주 안에는 예비비가 처리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예비비안 수정하려면 2주 정도가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수정안 내고 따져보고 처리하려면 4월 말은 돼야하니 현실적으로 취임 전 이전은 불가능한겁니다.
Q. 청와대는 최대한 협조할 것처럼 말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풀린 건 없군요. 청와대는 그럼 왜 계속 만나자고 한 겁니까?
일단 차기 정부 출범에 '협조'한다는 인상은 줬으니 명분은 얻은 셈이죠.
그리고 회동 분위기 자체는 좋았다고 하니 양측 모두에 부담이었던 신구 권력 갈등도 겉보기에는 해소됐다 볼 수 있고요.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예비비를 처리해주긴 할테지만,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용산 시대 열려는 구상에는 제동이 걸릴테니 윤 당선인 취임 효과를 상쇄시키는 효과도 있겠죠.
Q. 이 정도면 윤석열 당선인은 얻는 것도 없고 당하고 온거 아닙니까?
윤 당선인 측에서는 청와대에 명분만 쌓아줬다 이런 불만 기류가 감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 합의문 쓸 목적으로 간 회동이 아니었고요,
감사위원 문제 해결됐으니 국민 불안 해소할 겸 좋은 모습 보여주고 오자 이런 분위기가 강했어서 실망하기 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반응들입니다.
또, 윤 당선인 주변에서 이전 문제 서두르지 말고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속도론도 나온터라서 오히려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긍정적 반응도 나옵니다.
분위기를 보니 인사청문회나 정부조직법 두고도 줄줄이 부딪힐 것 같네요. 정치부 노은지 차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