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이름을 숨긴 채 출산하게 하는 산부인과가 일본에 등장했습니다.
영아 유기나 살해를 막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지만 논란이 뜨겁습니다.
우리도 생각해볼 대목이 많은데요. <세계를 가다> 김민지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현장음]
"SOS 엄마와 아기를 위한 상담 창구입니다."
임신과 출산 상담 업무가 한창인 병원.
그런데 사뭇 은밀한 내용이 있습니다.
[마코토 / 지케이병원 상담실장]
"출산은 아직이지만, 누구에게도 기댈 수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출산하고 싶습니다."
"이 병원은 한국 베이비박스보다 2년 빠른, 지난 2007년 아기 우편함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고립 출산으로 낳은 아기들이 뒤늦게 이곳으로 와 위태로운 경우도 많다보니, '비밀 출산'까지 지원하게 된 겁니다."
산모 이름을 밝히지 않고 출생 신고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비밀 출산'
70명 이상 희망자가 몰렸고 지난해 이 병원은 4명의 비밀 출산을 도왔습니다.
출산 과정에서 3명은 마음을 바꿨고 19살 미혼모만 결국 신원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출산 나흘 만에 아기 곁을 떠났습니다.
[하스다 / 지케이병원장]
"마지막 날에만 (아기를) 안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아기가 성인된 뒤 원하면 찾을 수 있게 설득 끝에) 학생증을 복사해 봉인했습니다."
구마모토시가 모친 이름 없는 출생 신고를 받아주자 일본사회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현행법 충돌 논란 속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히라카와 / 초등학생 엄마]
"원치 않는 출산이라며 학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아기가 잘못되는 건 안됐잖아요."
[하스다 / 지케이병원장]
"아기는 죄도, 책임도 없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익명으로 낳아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면 (영아 유기나 살해) 사건은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보호출산법'이 국회에서 2년째 논의 중입니다.
구마모토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정다은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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