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원한 없다"…전두환 사망날 용서하며 떠난 5·18 유공자
조계종 승려였던 이광영 씨는 1980년 5월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하고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계엄군이 쏜 총탄에 허리를 맞아 하반신 장애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졌습니다.
총상 후유증은 40년 넘는 세월 동안 이씨를 괴롭혔습니다.
그는 5·18 진상규명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국회 청문회, 검찰 조사, 그리고 전두환 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도 80년 5월의 진실을 증언했습니다.
"제가 본 상황(헬기 사격)만큼은 하늘이 무너져도 진실입니다."
최근 중환자실을 드나들던 이씨가 지난 23일 전남 강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전씨가 숨지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습니다.
5·18 이후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는 마흔 명이 넘습니다.
사죄 없이 떠난 전씨와 달리 이씨의 마지막 유언은 용서였습니다.
5·18 대한 원한도, 서운함도 모두 훌훌 털어냈습니다.
"저희 형님이 고통 속에 가셨는데 이걸로 끝날 게 아니라… (5·18 진압 작전) 지휘계통에 참여하신 분들의 양심고백을 통해서 진실을 조금이라도 밝혀주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슬픔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씨 사망 이튿날 여든이 넘은 노모는 또다시 큰아들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전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던 노모는 결국 통곡했습니다.
"재철아, 그놈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원통하다고요. 너무나."
장재철 열사는 부상자를 돕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산화했습니다.
노모의 바람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 자식들 이렇게 해놨으니 진상규명 제대로, 제대로 다 하는 것 그것밖에는…"
5·18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취재: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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