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대미전략을 담당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오늘 새벽 전격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겨냥한 건데,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는 다시 없다고 엄포를 놓는 한편,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도 공식 확인했습니다.

황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미 외교안보 투톱이 한 자리에 모이는 '2+2'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내놨습니다.

미국이 최근에 여러 경로를 통해 만나자고 연락했다고 확인하면서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기' 놀음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로 바뀐 뒤에도 정찰 자산을 동원해 정탐하는 등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고, 자신들을 헐뜯고 있다면서 대화를 하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최 제1부상은 특히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어떤 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면서,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는 다시 주지 않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을출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철저히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것인데, 아직은 미국이 자신들과 대화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추구가 가져올 외교적 득실을 계산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담화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데 더 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2+2' 회의에 맞춰 대남, 대미 문제를 총괄하는 김여정, 최선희 두 실세가 잇달아 담화를 발표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박원곤 /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구체적으로 미국으로 하여금 적대시 정책 철회의 항목을 얘기하지는 않았고 포괄적으로 얘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향후에 북한이 적절한 명분이 있으면 미국과의 대화 재개도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할 경우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빼놓지 않아 추후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의 결과물을 반영해 새 대북정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주요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YTN 황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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