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 꼼짝 없이 갇혀있던 시민들 중에는
당일치기로 가볍에 강원도에 다녀오려던 여행객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이민준 기자가 시민들이 찍은 영상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고속도로 표지판 글자가 눈에 뒤덮여 보이지 않습니다.
차가 미끄러질까 봐 앞차 꽁무니만 바라보며 설설 기어갑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함박눈이 쏟아지면서
앞유리 와이퍼는 쌓인 눈 무게를 못 이기고 느려지다 결국, 고장 나 멈췄습니다.
언덕길에서 멈춰버린 차량.
뒤에서 힘껏 밀어보지만 앞바퀴는 힘없이 헛돌기만 합니다.
[현장음]
"어떡해! 어떡해!"
날이 어두워지면서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터널에 갇힌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앞쪽 교통 상황을 확인합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당일치기로 속초 여행을 왔던 시민은 출발 13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고속도로 고립 시민]
"3m 정도 앞에 갔다가 30분 지체하더라고요. 그 상태에서도 5시간을 버텼어요."
길 위에서 기름이 떨어져 차를 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까 봐
추위 속에서도 시동을 끄고 버텼습니다.
[현장음]
"우리 언덕 그 위에 그대로 있어 아직. 일단 시동도 껐어."
도로 위에서 웃돈을 주고 산 스노체인을 달고서야 겨우 눈길을 빠져나왔습니다.
[이동규 / 경기 부천시]
"계속 눈이 오니까 정체된 상태에서 차가 앞에 빠지고 사람들이 도와주고, 체인 차가 와서 체인도 팔고 그러면서 있었어요."
생수 한 병을 아껴 여럿이 나눠 마셔야 했고,
고속도로 갓길은 화장실로 변해버렸습니다.
즐거웠던 연휴 나들이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한 하루였습니다.
채널A 뉴스 이민준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편집 : 정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