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 함께 올바로 잘 사는 세상.
노동운동가로 한평생을 보낸 故 백기완 선생이 만든 우리말입니다.
이 네 글자를 내걸고 열린 영결식에는 추모객 8백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감염 우려로 영결식을 허가하지 않은 서울시는 추후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엄윤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고 백기완 선생의 영정이 손자의 손에 들려 빈소를 나섭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생전에 고인이 몸담았던 통일문제연구소.
그 앞에서 제를 지낸 뒤, 평소 백 선생이 자주 가던 학림다방에서 마지막으로 커피도 대접했습니다.
운구차가 대학로 일대를 도는 동안 고인의 넋을 기리는 노제가 진행됐습니다.
생전 민족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만큼 꽃상여와 풍물패 등 전통 장례 절차를 재현했습니다.
[김세균 / 상임 장례위원장 : 백기완 선생님의 불호령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무슨 장례식이냐. 이 장례식을 전사들이 출전하는 출정식으로 바꿔'라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일반 시민 8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독재와 맞서 싸우고 민주화를 위해 힘쓴 백 선생을 기억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석찬희 / 서울 동숭동 : 우리 시대에 어른이시고, 늘 그분의 판단은 옳으셨고 우리가 따라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한 발걸음을 항상 앞장서서 걸어주시고 외쳐주시고.]
[문정현 / 신부 : 뒤따라가 곧 만나 뵙겠습니다. 백 선생님 계시던 바로 그 자리에 가서 앉아 있겠습니다. 선생님.]
잠시 소란도 일었습니다.
한 시민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영결식을 진행한다며 항의하면서 조문객과 승강이를 벌인 겁니다.
경찰 제지로 큰 다툼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감염 우려를 들어 시민 분향소와 영결식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장례위원회 측은 시민의 뜻이라며 강행했습니다.
경찰에 강제 해산을 요청하지 않아 충돌 없이 진행됐지만, 서울시는 추후 변상금 부과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엄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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