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피했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에 나왔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이듬해까지 여러 차례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받아왔습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준기 / 前 동부그룹 회장 : (피해자들과 합의했지만 잘못한 것도 많이 있는데,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성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질병 치료를 이유로 해외로 몸을 피했습니다.
미국에 머물며 2년 동안 수사를 피해오다가, 여권 무효화와 인터폴 적색 수배, 범죄인 인도 청구까지 진행되고서야 귀국했습니다.
[김준기 / 전 동부그룹 회장 (재작년 10월) : (2년여간 입국 안 하신 이유가 뭐예요?) …….]
김 전 회장은 곧바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지위를 악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김 전 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강제로 추행하고 간음한 건 매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실형 대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두 재판부 모두 집행유예 선고 이유로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들었지만, 정작 김 전 회장은 1·2심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고령이라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고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습니다.
재벌 총수의 권력형 성범죄에 법원이 또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성범죄 엄벌을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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