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기에도 긴 줄이 선 백화점 명품매장을 보면 참 사람 사는 게 ‘극과 극’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데 돈 쓰려고 명품 사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돈 ‘벌려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제를 보다 김유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유빈 기자]
"백화점 명품관은 개점 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는데요.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오전 9시.
백화점 문 열기만 기다리는 사람들.
직접 대기표를 받아봤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시간은 저희가 알 수 없습니다. 한 분 한 분 쇼핑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문 열기 한 시간 전인데도 순번은 31번째.
개점 시간이 다가오자 대기자들로 북적이는데요.
셔터가 채 올라가기도 전에 냅다 돌진합니다.
"안전사고 유의해서 천천히 입장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2시간을 더 기다려 어렵게 안에 들어가도,
"(○○상품 언제 들어오나요?)
모든 상품이 정해져서 들어오진 않아요."
재고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렇다 보니 대기자들끼리 서로 재고 상황을 알려주거나,
"혹시 클래식 재고 들어왔대요? 클래식은 안 들어왔대요. 보이백만 들어왔고."
온라인 카페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끝내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9시 정도에 왔어요. 속상? 근데 뭐 구하기 어려우니까. (내일 9시에 다시 도전하는 건가요?) 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김유빈 기자]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했단 분석과 함께, 계속되는 오픈런 현상은 명품 브랜드 제품을 '소유'가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유튜버]
"제가 (오픈런) 직접 해보니까 돈 벌 목적으로 하시는 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돈 벌려고 사는 것과 가지려고 사는 비율이) 6대 4 정도? 제품에 대한 애정 어린 눈빛이 아니었던 거죠."
명품 브랜드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해마다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해서라도 일단 사놓으면 언젠가 가격을 올려서 되팔 수 있다는 심리, 즉 '리셀'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율]
"샤넬 클래식 라지가 그때 당시 687만 원이었는데요. 10년 후 지금은 982만 원입니다. 수익률로 따지면 37%인 거죠."
실제로 한 명품백의 13년간 가격 상승률은 220%였고,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73%였습니다.
명품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명품에 돈을 묻어두면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저변에 있는 것 같아요.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로 명품을 바라볼 수 있겠다…"
이렇다 보니 리셀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 리셀러들까지 등장했는데요.
여러 매장을 돌며 많은 제품을 수집한 뒤 가격을 얹어서 되파는 겁니다.
"웨이팅 하고 들어가서 '없어요' 하면 또 웨이팅하고. '없다' 그러면 또 웨이팅해서 백화점 마감인 8시까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욕이 폭발한데다가 명품을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심리까지 더해지며 이 시장의 호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경제를 보다, 김유빈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 강승희 조승현
영상편집 : 차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