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대통령이 탄핵된 전례가 있습니다만 탄핵 정도가 아니라 단 일주일만에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뀐 나라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세계를 보다 오늘은 페루로 가보겠습니다.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시민 수천 명이 모여 경찰 차단벽을 밀어내자 총성이 들리고 시민들이 쓰러집니다.
[현장음] 탕! 탕! 탕!
시위의 방아쇠를 당긴 건 페루 의회의 대통령 탄핵안 처리였습니다.
[마르틴 비스카라 / 페루 전 대통령(지난 9일)]
"전 오늘 대통령궁을 떠납니다."
메리노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이 됐지만 이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
[시위대]
"지금 일어난 모든 일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의원들에게 면죄부는 없습니다.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새 대통령은 닷새를 버티지 못했습니다.
[마누엘 메리노 / 페루 임시대통령(지난 15일)]
"저는 대통령 자리를 사임합니다. 페루 국민 모두를 위해 평화와 단결을 촉구합니다."
이어 이틀 뒤 중도 성향의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의원이 대통령이 됩니다.
일주일 새 대통령궁의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탄핵당한 비스카라는 의회 절반 이상을 부패 혐의로 조사 중이었습니다.
위기 의식을 느낀 의회는 대통령의 주지사 시절 뇌물수수 의혹을 꺼내들어 탄핵절차에 돌입했습니다.
[현장음]
"찬성 105명, 반대 14명, 기권 4명입니다."
탄핵안 처리 이후 민심은 소용돌이쳤고, 대학생 2명이 경찰의 고무총탄에 맞아 숨졌습니다.
[살바도르 소텔로 / 숨진 대학생 아버지]
"아들이 떠난 사실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페루 시민들은 비대해진 국회를 견제할 수 있도록 개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라파엘 로모 / CNN 중남미 데스크]
"페루 시민들은 의회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진다며, 견제할 수 있는 새 헌법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때 페루는 경제성장률 7%대를 유지하며 우리나라와 10년 전 FTA를 체결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나라였습니다.
리마의 지하철, 쿠스코 인근 공항도 우리나라 기업이 수주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치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남미의 잠룡으로 불렸던 페루는 올해 마이너스 14%의 역성장이 예상됩니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부정부패로 낙마했지만, 페루의 변화는 아직도 미미합니다.
다만, 최근 20대 초반의 밀레니엄 시위대가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의 분노와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손혜현 / 국립외교원 교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거죠. 정치인들의 부패라든지 문제시 한다는 거죠. 내년에는 오히려 시위가 더 심해질 수 있어요."
페루 국민들은 국회 탄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위대]
"우리는 단 한 명의 의원도 믿지 않습니다. 의회가 통째로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계를보다, 김민지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권재우
영상편집: 변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