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즘] 쓰러지는 택배 노동자들, 대책은 없나?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잇단 사망 소식에 가슴 아파하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 올해만 벌써 13명째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에서는 과로가 일상화된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짚어보고, 택배기사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된 원인을 경제 산업적으로도 살펴보겠습니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어떤 논의들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보겠습니다.
▶ 올해만 13명째…과로가 일상인 택배 노동자들
트럭을 세우기 무섭게 수북이 쌓여있는 택배 더미들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두팔로 들고 수레로 끌고, 물건을 나르는 동안 천천히 걸을 여유는 없습니다.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세라 달리다시피 물건을 내려놓고 옵니다.
처리해야할 물량은 일평균 400~500개.
코로나로 택배가 늘어 하루 최대 16시간까지도 일을 하지만 늘 빠듯하기만 합니다.
"저희 기사는 시간과의 싸움이 이뤄지고, 평가에 대한 부분이 이뤄져 식사시간을 많이 거르고 일하고 있는 상황이고…"
수북히 쌓여있던 택배 더미들이 고객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늘 하루 작업도 마무리 돼 갑니다. 하지만 이제 집에 들어가 몇시간 눈을 붙이고나면 또다시 고된 작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슴푸레 땅거미가 내려앉는 시간이 돼서야 작업도 끝이 보입니다.
지친 몸도 몸이지만 최근 동료들의 잇단 사망 소식에 마음이 보다 무겁습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서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다음이 내 차례인가라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전체 5만 택배기사의 마음…"
택배노조가 집계한 택배 기사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약 71시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과로사 인정 기준을 훌쩍 넘겼습니다.
특히, 최근 심야 노동이 과로사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새벽 배송, 총알 배송이란 이름으로 심야작업이 강요된다는 건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총알배송이 필요한 품목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품목도 있습니다. 총알배송의 민낯에는 택배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는 점을…"
쓰러져 가는 동료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하루하루 일터로 향하는 택배 노동자들.
업무환경을 서둘러 개선해 더 이상의 비극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곽준영입니다. (
[email protected])
▶ 코로나에 물량 폭주…업체간 경쟁도 치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2000년 2.4회에서 지난해 53.8회로 20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이 추세는 코로나19로 가속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배달이 필요한 물류시장을 살펴보면 올해 2분기 온라인시장 거래액은 약 37조 4,600억원으로 이중 모바일 쇼핑몰 거래액은 25조 1,800억원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약 27억 9,000만 박스로 2012년 이후 연평균 9% 넘게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30억 6,800만 박스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택배시장도 2018년 5조 4,000억원, 2019년 6조 3,000억원으로 매년 평균 11.65%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는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급성장하는 택배시장에서 CJ 대한통운을 포함한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물동량의 90%를 맡고 있는 상황.
48%로 점유율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은 잇따른 택배 노동자의 사망에 뒤늦게 사과에 나섰습니다.
"연이은 택배기사님들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CJ대한통운은 우선 과로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에 인력 4,000명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는 특수고용직이란 고용형태와 업계의 과잉 경쟁이 맞물려 현장의 변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분류작업이 하루에 7시간에서 9시간까지 긴 시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류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또 저희들이 받고 있는 배송 수수료가 매년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배송을 늘릴 수밖에 없어요."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경쟁이 치열한 택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 안전망 마련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 뒤늦게나마…정부는 실태점검·여야는 입법 러시
정부는 지난 8월 주요 택배사와 함께 선언문을 발표하고 코로나 사태로 업무가 폭증한 택배기사에게 휴식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8월 14일이 '택배 쉬는 날'로 지정됐지만, 다른 휴식 보장 방안은 추상적 수준에 그쳤고, 사망 사건은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긴급점검에 나섰습니다.
회사 측의 부당한 업무 지시가 택배기사를 과로 상태로 몰고간 건 아닌지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이분들이 소속된 택배회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사망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위법 사항 확인시 의법조치할 계획입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여러 건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생활물류법안인데, 택배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택배기사에 대한 표준계약서 작성을 권장하는 내용입니다.
표준계약서를 쓰며 업무 과중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와 배송 작업을 분리해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겁니다.
"특수고용직이라 해도 산업안전 차원에서는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제외 신청'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 적용 대상을 늘리는 내용입니다.
현재 약 5만명의 택배기사 중 4만여명이 산재보험을 스스로 포기했는데, 실제로는 사업주의 압박 때문이란 판단이 깔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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