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혐한 서적’ 출간 붐…지금은 쇠퇴
한일 관계 악화…’혐한’ 다시 주목받는 상황
’반일종족주의’ 번역본…일본 내 인기 모아
한때 일본에서 이른바 '혐한 서적'이 잘 팔려나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런 책들이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는데요.
도쿄 이경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오랜 역사와 문화가 남아있는 거리 도쿄 센다기.
20년 넘게 이곳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동네 서점 오라이도는 남다른 원칙이 있습니다.
보통 서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혐한 서적'을 들여놓지 않는 겁니다.
[오이리 켄지 / 오라이도 서점 대표 : 일본 국적이 아닌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으로 좋은 세상이 될 것인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난 2005년 이후 한때 붐을 이뤘던 혐한 서적 출간은 지금은 전 같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런 책들이 다시 주목받게 됐습니다.
2017년 무토 전 주한 일본대사의 책을 시작으로 '반일종족주의' 번역본이 인기를 모은 것도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윤양호 / 출판기획자 : '혐한'이 과거에는 하나의 '운동'이었지만 지금은 특정한 장르로 정착한 것이 좀 더 근본적 문제라고 봅니다. 서점에 따라서는 점점 젊은이와 여성이 사서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혐한 서적이 팔리는 이유를 분석한 작가 나가에 아키라 씨는 유통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서점이 책을 주문하는 게 아니라 출판 유통업자들이 보낸 새 책을 그대로 진열하는 행태가 혐한 서적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나가에 아키라 / 작가 : 표현의 자유라고 하면서 그걸 앞세워 일부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혐한 서적을 보고 싶은 사람만 볼 수 있게 유통하는 것은 여러 가지 시스템 운용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매일 약 300종, 1년에 10만 권 넘는 새 책이 일본 서점에 나옵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차별이 사회 문제로 대두한 가운데 혐오를 담은 책은 언제든 다시 독버섯처럼 자라날 수 있습니다.
책에는 그 사회의 문화와 시대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에서 혐한 서적이 점점 사라질 때 한일 두 나라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길은 훨씬 넓어질 겁니다.
도쿄에서 YTN 이경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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