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결] 문재인 대통령 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사
[문재인 / 대통령]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10민주항쟁의 그날, 우리는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학생들은 앞장섰고, 회사원들은 손수건을 흔들고,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렸습니다. 어머니들은 전투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었습니다. 온 국민이 함께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나무를 광장에 심었습니다.
그로부터 서른세 해가 흘렀습니다.
노동자들이 평등과 단결이라는 햇빛을, 시민들은 공감과 참여라는 햇빛을 나무에 비춰주었습니다. 청년들이 어머니, 아버지가 되면서 우리의 가정에 민주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인권을 돌아보게 되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때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모두와 함께 천천히, 그러나 결코 방향을 잃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나무는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나눔과 상생의 민주주의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만큼 국민 모두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입니다.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의 민주주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온 국민이 함께 만든 민주주의입니다.
6·10민주항쟁 서른세 돌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해간 열사들을 기립니다.
33년 전 6·10민주항쟁에 함께 했던 시민들과 그 이후에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습니다.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만큼 성장시킨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곳은 남영동입니다.
남영역 기차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한때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악명 높았던 곳입니다.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이 오가던 이곳에서 불법연행, 고문조작, 인권침해가 벌어졌습니다. 단지 민주화를 염원했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공포와 치욕을 겪어야 했습니다. 김근태 민청련 의장은 전기고문을 비롯한 죽음을 넘나드는 고문을 당했습니다.
1987년 1월 14일, 이곳 509호 조사실에서 서울대 언어학과 스물두 살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에 숨졌습니다. 그러나 죽음 같은 고통과 치욕적인 고문을 견뎌낸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의 용기로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6·10민주항쟁은 남영동 국가폭력의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냈습니다. 이제 남영동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열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이 불행한 공간을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마치 마술 같은 위대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엄혹한 시절을 이겨내고, 끝내 어둠의 공간을 희망과 미래의 공간으로 바꿔낸 우리 국민들과 민주 인사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오기까지,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께 훈포장을 수여합니다. 한분 한분, 훈포장 하나로 결코 다 말할 수 없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시민사회와 유관단체의 광범위한 추천으로 선정되었고,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담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다하신 고 이소선 여사님,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고 박형규 목사님, 인권변호사의 상징이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님, 시대의 양심 고 지학순 주교님,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 고 조비오(철현) 신부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고 박정기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 언론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고 성유보 기자님,
시대와 함께 고뇌한 지식인 고 김진균 교수님, 유신독재에 항거한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님, 농민의 친구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님, 민주·인권 변호의 태동을 알린 고 황인철 변호사님, 그리고 아직도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과 해외에서 우리를 지원해주신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님, 조지 오글 목사님,
실로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입니다.
저는 거리와 광장에서 이분들과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기억합니다. 오늘의 훈포장은 정부가 드리는 것이지만,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와 감사하는 국민의 마음을 대신할 뿐입니다.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인고의 세월을 함께해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위로의 마음을 보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예우를 다해 독립, 호국, 민주유공자들을 모실 것입니다. 애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뜻이 후손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정부는 위대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8년부터 2·28대구민주운동과 3·8대전민주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3·15마산의거와 함께 4·19혁명까지 연결된 역사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반드시 4·3의 명예회복을 이루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온전히 규명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합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되어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지 우리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주권자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주권자의 명령에 부응해야 합니다.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소수여도 존중받아야 하고, 소외된 곳을 끊임없이 돌아볼 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합니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