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가족 베란다에 둥지
종이 상자로 집 만들고 때때로 먹이도 챙겨줘
진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가족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집주인은 뜻밖의 인연이 반가우면서도 귀한 손님이 자연에서 잘 살아가길 바랐습니다.
오태인 기자입니다.
[기자]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종이 상자 안.
솜털이 채 빠지지 않은 아기 새가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집주인이 다가가자 어미 새가 날아들더니 새끼 곁에 자리 잡습니다.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쓰다듬어도 가만히 몸을 맡깁니다.
하철원 씨 집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둥지를 튼 건 지난 3월 말입니다.
[하철원 / 아파트 주인 : 처음 황조롱이가 왔을 때 이게 황조롱이인지도 몰랐어요. 천연기념물인지도 몰랐고. 처음에 여기 왔을 때 감동이 많았죠.]
하 씨는 종이 상자로 집도 만들어 주고, 배고픈 낌새를 보이면 먹이도 챙겨 줬습니다.
덕분에 새끼 다섯 마리가 한 달 반 넘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외국에서 생활하는 하 씨도 뜻밖의 손님에 흠뻑 빠졌습니다.
[하철원 / 아파트 주인 : 시골에 혼자 내려와서 심심하잖아요. 얘들이 곁에 오니까 사실 가족보다 더 (좋죠). 새로운 육아를 하는 거잖아요.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야생 황조롱이가 베란다에 터를 잡은 건 개발로 보금자리를 잃은 데다 아파트 주변에서 먹이를 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희천 /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 : 먹이 종류가 작은 쥐든지 곤충 종류거든요. 먹이를 구하기가 가장 좋은 곳이 마을 근처 도심 속이 굉장히 좋습니다. 먹이는 잡기가 쉬워지니까 사람 속으로 도시 속으로 들어온 게 아닌가….]
황조롱이 가족이 하 씨 집에 더 머무를 날은 열흘 남짓, 알을 낳은 지 두 달이면 둥지를 떠납니다.
하 씨는 그동안 쌓인 정에 아쉬움도 들지만, 황조롱이 가족이 자연에서 잘 살길 바랐습니다.
[하철원 / 아파트 주인 : 다시는 나한테 오지 말고 좋은 환경에서 서식지가 파괴 안 된 곳에서 살면 좋겠습니다.]
YTN 오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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