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여랑야랑 시작합니다. 이재명 기자, 첫 번째 주제 갈까요?
'2차 조국 대전' 이렇게 제목을 정했습니다.
지금까지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두고 1차전을 벌여온 진보와 보수, 영장 기각을 두고 2차전에 들어갔습니다.
[심상정 / 정의당 대표]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합니다.
[심재철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국의 직권남용 혐의는 우병우의 직무유기보다 더 무겁습니다. 법원의 저울이 누구한테나 똑같은지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는 점…
Q. 이제 정치권의 사법부 비판이 일상이 됐어요. 진보 진영은 검찰을, 보수 진영을 법원을 공격하는 거죠?
맞습니다. 검찰과 법원의 대리전 양상인데요, 양 진영의 대표 선수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억지를 꼬집었고,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윤석열 총장을 늑대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영장 기각을 2002년 월드컵 당시 안정환 선수가 넣은 골든골에 비유했습니다.
보수 진영도 가만있지 않았는데요,
김진태 의원은 법원의 뻔뻔함을 지적했고, 민경욱 의원은 기각 결정을 내린 판사를 개그맨이라고 비꼬며 사법부가 독립성을 잃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진중권 교수도 청와대 안의 망가진 공적 감시 기능을 지적하며 참전했습니다.
Q. 온라인에서도 진영별로 검색어 싸움이 대단하던데, 오늘은 보수 진영이 세게 뭉쳤죠?
맞습니다. 오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권덕진 아웃'이 올랐는데요. 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대놓고 공격한 겁니다.
반면에 진보 진영은 이번 영장 기각을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의 동력으로 삼겠다, 이런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검찰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정하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고유의 권한입니다. 검찰은 국회의 최종적인 결정을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검찰은 자중하며 국회의 칼을 받아라, 이런 의미입니다.
Q. 다음 주제도 2차 조국 대전의 연장선상인 거죠?
네 2차 조국 대전에 이어 청와대의 참전 얘기입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조국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논평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죄질이 좋지 않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는 의미일 텐데요,
그런데도, 청와대가 아무런 사과 없이 검찰 탓만 하는 게 맞느냐, 이런 지적이 나온 겁니다.
Q. 오늘 하루 종일, 판사가 쓴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이 논란이었어요.
맞습니다.
오늘 아침 많은 조간신문이 조국 전 장관의 영장 기각을 전하면서 "죄질이 나쁘다" 이 표현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그러자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립니다.
"영장 기각 사유 원문에는 죄질이 좋지 않다, 이런 표현이 없다. 언론의 의도가 매우 악의적이다."
다시 말해, 판사가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는 가짜뉴스라는 겁니다.
즉각 친문 진영에선 일부 언론이 조국 전 장관에게 중범죄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이런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Q. 그럼 뭐가 진실인가요? 죄질이 나쁘다고 한 건 언론의 해석이었던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법원이 검찰에 보낸 영장 기각 사유에는 죄질이란 표현은 없습니다. 거기엔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했다, 그래서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언론에 기각 사유를 배포하면서 앞서 들으신 긴 표현을 "죄질이 좋지 않으나" 이렇게 한 문장으로 압축했습니다.
중요한 건 언론배포용 문구도 권덕진 부장판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겁니다.
죄질이 나쁘다는 게 언론의 해석이 아닌 거죠.
Q. 그런데 정치권도 모자라서 청와대까지 굳이 사법부 판결에 논평을 내서 정치화 시키는 게 맞는지 의문입니다.
맞습니다. 검찰을 압박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데요,
제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개별 구속영장을 두고 청와대가 논평을 낸 건 딱 세 번뿐입니다.
조국 전 장관에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논평을 냈습니다. 마지막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인데요,
당시 청와대는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스스로에게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깁니다." 이런 논평을 냈습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죠.
오늘의 한마디는 '다시 새길 가을서리' 이렇게 정했습니다.
네, 삼권분립. 국가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분산시킨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데요.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여랑야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