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여랑야랑 시작합니다. 이재명 기자, 첫 번째 주제 갈까요?
"낯 두껍기가 곰 발바닥"
이렇게 제목을 달았습니다.
사실 이 표현의 지적저작권은 북한에 있습니다.
지난 6월 일본이 전제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열자, 이렇게 제안하자 조선중앙통신은 아베 패당의 낯가죽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며 정상회담 제안을 걷어찼습니다.
바로 이때 나온 이 기상천외한 표현이 오늘 정치권에서 등장했습니다.
[김재원 /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선거법을 워낙 엉터리로 자기네들 이익과 자기네들 밥그릇 챙기기로 끌고 가려고 하니까, 그런 불법적이고 변칙적인 제도를 만들려고 하니까 경고를 하는데, 낯짝 두껍기가 곰 발바닥보다 더한 분…
Q. 북한이 창의적인 표현을 잘 만들어내죠. 그런데 김재원 의원은 도대체 누굴 향해서 그런 표현을 쓴 건가요?
바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입니다.
어제 한국당은 범여권이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이면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압박했죠.
그러자 손학규 대표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느냐. 이게 거대 양당의 폐해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당의 응답이
바로 '곰 발바닥'인 겁니다.
Q. 요즘 국회를 보면 딴 세상 같아요. 비례한국당도 그렇고, 연동형 선거제도 그렇고 뭘 하겠다는 건지 알기도 어려운데, 여튼 엄청 싸우고 있네요.
맞습니다. 한국당은 범여권이 한국당을 빼고 선거법을 논의한 것 자체가 군소정당 밥그릇 챙기기다, 이렇게 주장하는 반면, 범여권은 비례대표선거만을 위한 정당을 새로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렇게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설훈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비례한국당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놓겠다라고 하는데,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일까요? 자유한국당이 지금 하고 있는 작태는 순전히 꼼수로서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유지해볼까…
[백승주 / 자유한국당 의원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꼼수'나 '신의 한 수'나 같은 의미에요. 4+1의 야합에 의해서, 짬짬이에 의해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비례한국당을 만들어서 연동형 부분에 우리가 몫을 찾아야겠다.
Q. 이 이야기는 꼼수에 변칙으로 대응하겠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게 민주당을 압박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흔들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 한국당은 치고 빠지는 듯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재철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어제>
만일 민주당과 좌파연합세력이 이 같은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오늘>
뭐 비례한국당을 지금부터 만든다, 구체적으로 누구한테 지시해서 뭐 한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도 대응 방안으로써 그걸 검토를 해야 하겠다.
Q. 그런데 며칠 전 저희가 소개도 했지만 비례한국당이란 당명은 이미 다른 사람이 등록해서 못 쓴다면서요?
맞습니다. 다만 한국당 내에선 총선을 앞두고 당명 변경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나의 당'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비례행복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어쨌든 공정한 룰 속에서 깨끗하게 치러져야 할 선거가 꼼수와 변칙으로 얼룩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Q. 네, 민심 얻을 생각들은 안 하고, 서로 규칙만 유리하게 만들려고 싸우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다음 주제 갈게요.
"이젠 자유"
이렇게 제목을 붙였습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어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자유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이렇게 말했는데, 많이 들어본 대사죠.
영화 <베테랑>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그런데 이 영화 속에는 이런 대사도 나옵니다.
영화 <베테랑>
"근데 죄는 짓고 살지 맙시다."
아마도 진중권 교수, 이 대사를 인용해 진보 진영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진중권 교수, 조국 사태로 팬도 안티도 다 늘었어요. 처음부터 조국 전 장관 임명에 부정적이었죠?
맞습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을 앞장서 제기했었죠.
지난달 저와의 통화에서는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진중권 / 동양대 교수 (지난달 15일, '여랑야랑' 인터뷰)]
말 통한다는 유시민 씨라든지 공지영 씨라든지 모든 사람이 다 그쪽(조국 전 장관) 편을 든 거 아니에요. 한때 나랑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믿었던 사람들이 엉뚱한 데서 저러고 있으니까 패닉이 온 거죠. 자기가 잘못된 판단을 내려도 그걸 잘못됐다는 인정을 안 하잖아요. 그거는 진보의 태도가 아니잖아요.
Q. 이번 사표 제출도 이런 고민 속에서 나왔을 것 같네요.
사직서 작성 날짜가 9월 10일, 즉 조국 전 장관이 임명된 바로 다음 날입니다.
이미 3개월 전 마음을 먹었다는 건데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진 교수의 사직 배경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최성해 / 동양대 총장]
지금 (학교) 안에서 이야기를 하면 총장님하고 자꾸 짜고 하는 것처럼 돼서…
최 총장은 진 교수가 학교를 떠나 더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Q. 그런데 최성해 총장도 학위가 일부 허위로 드러나서 면직 요구를 받고 있죠?
맞습니다. 그래서 진보 진영에서는 최 총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자 진 교수도 사직서를 낸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진중권 저격수로 불리는 공지영 작가는 진 교수의 사직을 두고 명분도, 정의도, 메시지도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새로운 진보를 만들라며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보와 보수, 서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영화 속 이 한 마디는 가슴에 품고 살아야겠습니다.
오늘의 한마디는 '죄는 짓고 살지 말자' 이렇게 정했습니다.
네, 진 교수의 다음 행보가 또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여랑야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