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아리랑'을 즐겨 부르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녀 같은 분이셨어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배춘희 할머니가 향년 91세의 일기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지난 8일 오전 5시쯤,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배춘희 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 정부의 사과는 끝내 받지 못한 채 말이다.
1923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배 할머니는 19세 꽃 같은 나이에 친구의 말에 속아 일본군 정신대에 자원했다. 이후 중국 만주로 끌려가 끔찍한 위안소 생활을 겪었다. 광복 후 한국에 돌아왔으나 주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일본행을 택했고 오랜 타향살이 끝에 지난 1997년 광주 '나눔의 집'을 통해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본군 위안부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나눔의 집 닉네임이 '예술가'다. 평소 '소녀아리랑'을 즐겨 부르고, 트로트도 좋아하시고 또 가수도 다 안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는 아주 소녀같은 분이셨다"며 "어학적인 능력도 뛰어나서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도 뛰어나서 나눔의 집에 외국인이 방문하면 능통하게 대화하셨다"고 생전 고인의 모습을 기억했다.
배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배 할머니의 영결식은 10일 오전 나눔의 집 장으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