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알 수 있는 '마쟁이' 가득한 과천 경마장
지난 7일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벗어난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 경마공원은 넓은 녹지로 시민들의 나들이나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공원에서 조금만 길을 따라 경마장 건물로 들어가면 긴장되고 경직된 기운이 흐른다.
데이트 커플이나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한 눈빛에 초조한 발걸음으로 경마장을 서성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 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이들은 이른바 '마쟁이'라 불리는 경마 중독자들이다.
이들의 초조함은 경마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극에 달한다. 돈을 걸기 위해 작성하는 OMR 카드를 가지러 가는 시간도 아까워 뭉텅이로 들고 다니는 이들은 시시각각 바뀌는 배당률 현황판에 눈을 떼지 못한다.
◈"내가 954배도 찍어봤다"...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돈맛'
이들은 단 한 번에 끝나는 승부에 중독돼 벗어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에서 온 40대 남성은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천만 원 잃어본 적이 있지만 한 번만 맞으면 본전 찾는 게임"이라면서 "많이 딸 때는 2만 원을 걸었는데 954.5배가 맞아 1900만 원을 땄다"고 안광을 빛냈다.
그는 "오늘도 10만 원 잃었다"면서도 "딴 곳에 가서 놀아도 다 돈은 들지 않겠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똥 꿈 꾸면 꼭 경마장에 와야 해. 전에도 똥 꿈 꾼 날 7000원 넣고 200만 원 땄어".
A(63) 할머니는 허름한 검은 트레이닝 복에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초점이 흐린 눈빛으로 주문처럼 되뇌였다.
A 할머니는 도저히 이 중독의 굴레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병든 사람처럼 있다가 금요일(경마 시작일)이 되면 오지. 중독자야. 나도 한 10년 된 중독자"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