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신곡 '젠틀맨'(Gentleman)에 대한 반응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그도 충분히 예상했고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싸이는 '젠틀맨'이어야만 했다. 사실 '좀 떴다고 멋있는 척 하면 싸이가 아니다', '국제가수' 싸이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싸이는 13일 오후 4시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신곡발표 및 단독콘서트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는 그간의 과분한 사랑에 대한 부담감과 '젠틀맨'을 신곡으로 한 이유에 대해 털어놨고 앞으로 본인이 가야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싸이는 "대중가수이고 대중상품이고 대중이 네임택을 달아주는 대중의 물건"이다. 본인의 마음가짐이 그랬다.
그는 "'웃겨서 떴다'는 반응도 있고 걱정도 받고 있고 또 '이번이 끝이다' 하신다. 가수냐 개그맨이냐고도 하신다. 코미디언으로 생각하셔도 감사하고 가수로 생각해주셔도 감사하고 뭐든 상관없다. 제 할 일을 할 뿐이고 즐거움을 동력으로 살아갈 뿐이다"고 했다.
스스로를 "좋게는 대중의 기호를 맞추려 애쓰는, 나쁘게는 대중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뭐가 됐건 자신을 보며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자신도 즐겁다는 것이 싸이다.
신곡 '젠틀맨'도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곡이다.
'젠틀맨'은 한글을 몰라도 따라 하기 쉬운 발음의 한글과 영어를 몰라도 어렵지 않은 발음의 영어를 버무려 119개국 음악팬들과의 소통을 해결했다.
경쾌한 비트에 '아리까리' '난리' '빨리' '머리 허리 다리 종아리' '말이야' '마피아' 등의 라임이 흥겨움을 더했다. 또 젠틀맨과 거리가 먼 남자가 자신이 젠틀맨이라고 외치거나 비속어처럼 들리는 '마더 파더 젠틀맨'(mother father gentleman) 등의 가사가 재미있다.
하지만 싸이의 말처럼 ''젠틀맨'이 '강남스타일'만 못하다'는 반응이 제법 있다.
싸이는 "호불호가 갈릴 거라 예상한 노래다. 저에 대한 관심이 감사하고 영광된 일이지만 과분하다는 마음을 항상 하고 있다. 음악과 춤에 힘을 주게 되고 좀 더 멋진 걸 해야 할 것 같고 그렇지만 그때일수록 저다운 걸 찾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랑가몰라'가 참 싼티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다. 다른 한 곡은 좀 더 고급스러운 곡이지만초심을 찾자는 생각에 '젠틀맨'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중독성은 반복해서 들었을 때 효과가 커지고 '강남스타일'은 반복해서 돌려보게 만든 뮤직비디오가 그 역할을 해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말춤'을 따라했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퍼포먼스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싸이는 "새 것을 만들지 왜 그랬느냐고 하실 수도 있다. 전 '시건방춤'을 시작으로 한국의 좋은 것들을 갖고 나가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너무나 좋은 노래와 춤의 원래 주인들이 조금이나마 외국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게 할 수 있게 하고 싶다"이라고 했다.
그의 신곡 '젠틀맨'을 놓고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싸이는 그보다 좀 더 멀리보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찾아낸 것.
'원히트원더'(한 곡 성공하고 사라진 가수)가 될 수 있다는 반응들도 있지만 싸이는 '쿨'하게 넘겨버렸다. '젠틀맨'의 흥행여부를 떠나 '원히트원더'는 아니기도 하지만 말이다.
싸이는 "해외에서 한 곡이 뜨건 두 곡이 뜨건 난 이 직업을 12년째 하고 있다. 해외활동을 접게 되더라도 이게 '원히트원더'인가 싶다. 유지하면 좋겠지만 유지를 위해 절실히 노력하기보다 해왔던 걸 제 취향 감각이 느끼는 대로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대중이 즐겁길 바라는 자신의 감각이 그들의 기호에 맞아 떨어지면 인기가 이어질 것이고 그것이 대중가수의 숙명이자 자명한 원리라는 것이 싸이의 생각이다.
싸이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와 첫 무대를 공개할 예정이고 곧 해외활동에도 다시 돌입한다. '강남스타일' 열풍을 재현할지는 미지수지만 싸이에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한 명의 개인이 감당하기엔 예상보다 커다란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싸이고, "1보 전진이 될지 2보 후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오늘 공연을 즐겨 달라"는 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