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사이에서 단연 큰 키로 눈에 띄는 아이...
우리 인아에요.
네다섯 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지만 인아는 늘 버겁기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아가 스케이트를 신은지도 벌써 7년째가 되었네요.
첫 아이를 아들로 얻고 난 후 태어난 공주님. 그런데, 생후 20개월쯤이었을까요.
어린 인아를 안고 아빠와 재롱부리듯 어르고 달래보아도
인아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어요.
'우리 아이가 좀 늦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인아는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그렇게 저는 장애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지만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어요.
인아도 우리에겐 다른 아이들보다 못할 거 하나 없는 예쁘고 소중한 딸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인아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를 만났습니다.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했을 때는 역주행과 같은 시행착오는 물론이고
비장애인 친구들이 몇 개월이면 배울 기술이 인아에게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장애 안에 갇혀 살던 인아는 얼음 위에선 자유로웠고
일반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정도로 스케이트에 재능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행복해했어요.
인아는 이제 중학생입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인아를 태우고 매일 스케이트 훈련장으로 향합니다.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의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하루도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인아는 느리지만 천천히, 부족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인아가 장애판정을 받았을 때 누군가 제게 그러더군요.
"이제 네 인생은 없겠구나." 맞는 말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아가 '밥 줘'라고 말했을 때,
받아쓰기 한 개 틀려온 날,
처음 스케이트 대회에서 상을 탄 그때의 작은 행복함을요.
인아는 지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저는 행복한 스케이터 인아의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