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utView - '하루 70만원'에 밀려난 '30년 리치몬드'

노컷브이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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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밤 10시. 늦은 시간임에도 서울 서교동 리치몬드 제과점에는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과점 입구엔 '2012년 1월31일을 마지막으로 폐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알려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리치몬드 제과점이 이곳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지 어언 30년. 하지만 가게 주인 권상범 씨는 지난해 4월 건물주로부터 "롯데그룹 계열사와 계약했으니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5년 전에도 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홍대 앞을 떠날 위기에 처했던 그는 국내에 8명밖에 없는 '제과 명장'.

그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루 70만원꼴의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결국 힘에 부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권 사장은 "30여년간 내 집처럼 함께 해온 가게"라며 "유지할 능력이 안 돼 문을 닫기로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랜 세월 '홍대 리치몬드'를 아껴온 단골손님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제동에서 온 박인경씨는 "리치몬드는 홍대의 랜드마크"라며 "이곳이 없어지면 홍대 고유의 느낌도 사라질 것 같다"고 서운함을 표현했다.

대학생 때부터 이곳을 즐겨찾았다는 박석현(44) 씨도 "리치몬드는 추억이 담긴 곳이라 일반 빵집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서 "대기업 자본에 의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밤 11시, 권 사장은 전 직원들과 함께 가게를 마지막으로 찾은 손님들을 향해 "감사하다"며 일일이 머리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마지막 추억으로 가게 문고리를 간직하고 싶다"며 정든 문고리를 뜯어냈다.

아이였던 손님이 딸의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던 그곳. 30년 전통의 '홍대 리치몬드' 제과점 간판은 그렇게 불이 꺼졌다.

[기획/제작 : 정영혁 박기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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