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 시절 우리 민족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지명을 강제로 바꾼 산이나 골짜기 등이 수백 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교묘하게 한자를 바꿔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뜻을 왜곡한 건데, 행정기관들의 늑장 대처로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기성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강화군에 있는 '국화리'라는 마을입니다.
맑고 깨끗한 동네라는 뜻으로 '국정'이라고 불렸는데, 일제 강점기인 1914년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꽃인 국화가 들어간 이름으로 변했습니다.
[인천 강화군청 관계자 : (자료에는) '나라 국'자를 '국화 국'자로 고친 것이, '꽃 화'자에 어울리는 말을 찾아 '국화 국'자로 표기한 듯하다, 그렇게 돼 있어요.]
일본이 입맛대로 옛 지명을 바꿔버린 곳은 또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봉천산의 지명 역시 일제 지형도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둔갑했습니다.
임금을 상징하는 '봉황 봉'이었지만, 1910년대에는 완전히 다른 의미인 받든다는 뜻의 '받들 봉'으로 바뀐 겁니다.
지난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취합한 자료를 보면 일제 강점기 때 왜곡이나 한자 오기 등으로 바뀐 자연지명은 전국 714곳에 달합니다.
[강우구 / 국토지리정보원 지명관리 담당 사무관 :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비하하기 위한 것도 있고, 일제에 대한 충성의 의미를 담은 것도 있고, 비하나 왜곡 의도 없이 행정 편의를 위해서 한자를 단순화하거나….]
각 지자체에 변경을 권고했지만, 고시를 거쳐 지명이 공식 변경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또 시·군·구에서 시·도, 국가 지명위원회의 순서로 의결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변경이 더딜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윤호중 /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명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지명돼야 할 것 같고요. 고유의 지명을 되찾도록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하나하나 회복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제 강점기 때 바뀐 뒤 100년이 지나도록 남아있는 잔재 청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최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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