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교의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실 실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폭염과 한파는 물론, 석면에까지 고스란히 노출된 휴게실의 실태를, 박희재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학 건물에 있는 통신 장비실,
어지럽게 전선이 뒤엉킨 장비 앞에 낡은 장판이 놓여있습니다.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장비실 구석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몰아넣은 겁니다.
[오종익 / 민주노총 동국대 시설관리 분회장 : 장비실이다 보니 기계 열로 온도가 오르면 안 되는 공간이라서요. 봄 가을 내내 에어컨을 끄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서울의 다른 대학,
힘겹게 여름나기를 마친 청소노동자들은 벌써 다가올 추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동료들끼리 돈을 모아 직접 전기장판을 마련했지만, 곳곳에 금이 간 벽으로 스며드는 냉기엔 무용지물입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 동료 하나가 목이 안 좋아서 기침을 계속하고 추우면 더하더라고요. 안타까울 때가 많죠.]
학교의 다른 쉼터는 지하 6층 주차장에 설치됐습니다.
쉴새 없이 오가는 차량 사이에서 제대로 숨조차 쉬기 어렵습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 그 아저씨(관리사)가 그러는 거예요. 이건 먼지가 아니라 매연 같다. 까만 게 이렇게 나온다고….]
오래된 아파트의 경비원들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에 그대로 노출된 휴게실에는 환풍기조차 없습니다.
아파트 지하실에 있는 쉼터입니다.
여기를 보시면 배관 위로 석면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천장이 보이는데요.
습기를 이기지 못해 이렇게 벽에서 떨어져 내린 곳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비원들은 차라리 발을 뻗기도 힘든 경비실 안에서 새우잠을 청하기 일쑤입니다.
[A 아파트 경비원 : 겨울에 잔다는 거는 다 이렇게 협소하잖아요. 경비실이. 그걸 자기네(경비원)들이 다 자리를 만들어서 잔다고….]
폭염에 한파, 그리고 석면까지, 수많은 위험에 방치된 노동자들은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YTN 박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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