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아랍의 극심한 언론 통제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도 최근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집트는 정말 가난한가'라는 제목의 책을 쓴 저명한 경제학자가 갑자기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입니다.
카이로에서 서동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집트 경제학자 압둘 칼릭 파루크가 카이로 외곽의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된 것은 지난 21일,
그가 쓴 책이 체포 이유가 됐습니다.
[나글라 오스마 / 파루크의 아내]
"문 앞에 경찰 3명이 서 있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들은 집으로 들어와서 그를 데려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파루크는 정부의 무능과 독재가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었다고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이 책의 실린 내용이 가짜뉴스라며 출판도 금지시켰습니다.
[서동일 특파원]
“그는 경찰에 체포되기 며칠 전 이 집무실에 있던 자신의 연구 내용이 담긴 컴퓨터를 팔았습니다. 정부의 감시와 탄압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오늘 새벽 파루크는 풀려났지만, 20여명의 언론인과 활동가들은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여전히 수감돼 있습니다.
[나글라 오스마 / 파루크의 아내]
"음악이나 예술 작품도 국가나 집권 세력을 무조건 찬양해야만 합니다."
올해 4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이집트는 180개국 중 161위.
언론인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당 수가 하위 그룹에 속합니다.
카슈끄지 피살 장소인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 인근에서는 빈살만 왕세자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 왕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아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티제 젠기즈 / 카슈끄지 약혼녀]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적도 없지만 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습니다."
중동 각국의 독재자를 몰아낸 아랍의 봄 이후 7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말할 자유를 달라'고 했다가 잔인하게 피살된 한 언론인의 죽음은, 이들 국가들의 민주화가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이로에서 채널A뉴스 서동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