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50년 인연을 맺어온 각별한 마을이 전남 나주에 있습니다.
김 전 총리의 호를 따서 '운정마을'로 부르는 곳입니다.
공국진 기자가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전남 나주의 작은 농촌 마을 한 가운데에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1968년 10월 4일 김종필 전 총리의 방문을 기념해 만든 겁니다.
공화당 의장직에서 물러나있던 김 전 총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
이 마을 출신인 공화당 인사에게서 마을의 가뭄피해가 크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겁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그림 전시회를 통해 벌어들인 450만 원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김대석 / 마을 이장]
"68년 한 해 농사지어야 볏짚을 엮어서 지붕을 이고 그러는데 농사를 못 짓고 하니까."
벼농사를 못 지어 초가지붕도 엮지 못하자 지붕을 슬레이트와 기와로 바꿀 수 있게 돈을 준 겁니다.
당시 450만 원은 지금 물가로는 약 40억 원에 달합니다.
그때 이후 마을 이름을 아예 운정마을로 바꿨습니다.
주민들은 남은 돈 50만 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에서 돌을 사와 커다란 창고도 지었습니다.
[김종우 / 주민]
"김대중 대통령 동네에서 돌을 구입해 오면 되겠냐 안되겠냐, 또 둘이 화해 할련지 알겠느냐."
3김 시대의 두 주역의 인연이 50년 전 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겁니다.
[공국진 기자]
"50년 전 지은 이 마을창고는 지금도 마을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지금은 곡식를 보관하거나 마을 행사를 치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창고 안에는 김 전 총리의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마을에는 과거 김 전 총리가 기부한 그림도 여러점 있습니다.
주민들은 특산품인 나주배와 햅쌀을 들고 매년 김 전 총리 자택을 방문했고, 올해도 지난 3월 서울을 찾았습니다.
[박현재 / 주민]
"내가 좋은 씨앗을 뿌렸으니까 주민이 거둬서 드셨을 거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채널A 뉴스 공국진입니다.
영상취재 : 정승환
영상편집 : 이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