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세한 소식 뉴스분석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세 가지 키워드 준비했습니다. 김민지 기자, 첫 번째 키워드 뭔가요?
1. '언중유골'
[질문]오늘 회담 중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 중 털털한 모습도 보였죠. '자학 개그' 라고 해야할까요?
네. 한번도 백두산에 가본적 없다고 말하던 문 대통령이 직접 북측을 통해서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그때 김정은 위원장이 한 대답입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김정은]
"우리 도로라는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제가 오늘 내려와보니까 이제 오시면 이제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
김 위원장이 직접 북한의 도로 사정을 얘기하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말한 겁니다.
북한의 낙후된 도로 사정이 걱정스럽다고 얘기했는데요.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면 민망할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얘기했습니다.
[질문]하 부장, 이런 얘기를 한 속내가 뭘까요?
특유의 너스레이자 거침없는 입담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과거 회담 경험이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개적으로 대화할 때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비공개로 전환되면 비굴하다고 느낄 정도로 경제적 지원을 애걸복걸하는 태도를 보인 적은 있습니다.
김정은의 속내는 결국 향후 남북관계가 회복됐을 경우 통큰 지원을 해달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미 백두산 삼지연 공항 활주로와 주변 도로를 남측 자본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만들기로 한 만큼 개성-평양간 도로를 건설해 달라는 요청이 될 수도 있습니다.
2. 목소리
[질문] 김정은 목소리에 대한 특별한 분석을 취재했다고요? 김 기자, 소개해주시죠.
목소리는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잘 드러낸다고 하잖아요. 오늘 김정은 위원장의 모두발언 먼저 듣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정은]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 갖고도 좋은 결과가…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오히려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
어찌 보면 목소리도 크고 당당해 보이죠?. 그러나 전문가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들어보시죠.
[조동욱 /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 교수]
"긴장해 있다는 게 나타납니다. 그전과 달리 무성음 비율이 굉장히 올라갔어요. 그 전에 신년사라든지 열병식 할 때는 말을 쭉 매끄럽게 끌어갔거든요. 지금은 중간중간 딱딱 끊어지는… 이건 긴장했을 때. 이게 더 심해지면 버벅댄다'고 하는 거죠."
"무성음 비율이 높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말이 뚝뚝 끊긴다는 겁니다. 같은 전문가가 올해 초 김정은의 신년사도 분석했는데, "힘이 실려 활달한 느낌을 주는 정치인 스타일"이라고 평가했거든요. 그것과 오늘 정상회담에서의 목소리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 겁니다.
[질문] 하 부장, 그러니까 김 위원장이 우리가 볼 때 잘 모르겠지만 긴장하고 있다는 해석인데, 김정은이 긴장했다면,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30대 초반의 나이에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역사의 현장에 등장하는 것이 적지 않게 부담이 됐을 겁니다. 사실 김정은은 지난달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전 까지는 대외적인 활동에 나선 적이 없지 않습니까. 당시 영상을 봐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데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도 긴장을 다 풀지 못했기 때문에 은연중에 목소리에 뭍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유가 생겼고, 파격적인 농담 속에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 독대
[질문] 각자 점심시간을 가졌던 두 정상, 소나무를 심는 '식수' 행사 때 다시 만났죠. 그런데 행사에서 보여준 모습이 굉장히 대조적이었어요.
소나무 심는 장소에 도착하는 모습부터가 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걸어서 온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차를 타고 나무 바로 앞까지 왔습니다. 차 옆을 밀착수행하는 장신의 경호원들 숫자도 오전보다 더 늘어난 모습이었습니다.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김 위원장에게 장갑을 끼워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고요.
삽을 다루는 모습도 좀 서툴러 보였죠. 이후 산책할 땐 다소 숨이 차 보이는 등 옆의 문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소나무를 심은 뒤엔 둘이 걸으며 진지하게 얘기 특히 나누던데요. 다리를 건넌 뒤에는 촬영기자들까지 물리고는 한켠에서 은밀하게 얘기하더라고요. 하 부장,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30분의 독대는 문 대통령이나 김정은이 회고록에서 공개하지 않는 한 상당기간 비밀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앞선 정상회담에서도 단독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사실 도보다리처럼 진정한 독대는 아니었죠. 1차 때는 김천식, 2차 때는 조명균 현 통일부 장관이 단독 배석했고 결국 대화록이 보관됐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1차 정상회담때 평양공항에 내린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의 전용차에 올라 타면서 경호 공백이 생겼던 일이 있었고 두 사람간에 대화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굳이 추정을 하자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에 대한 조언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네, 지금까지 하태원 국제부장 김민지 정치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