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잃어가는 한국 영화계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여성 영화의 부재인데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나란히 관객을 찾아 왔습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접근법이 돋보입니다.
윤현숙 기자입니다.
[기자]
" 내가 입힌 옷을 계속 바꾸는 거야, 이게 신경전이 된 거지."
직설적인 성격의 며느리 진영 씨는 참지 않습니다.
아이 옷부터 시댁 방문, 시동생 호칭까지 시어머니 간섭에, 사사건건 충돌하고 결국 시댁에 발길을 끊습니다.
"너랑 나랑 안 섞어도 나는 해준이만 보면 돼 그러니까 저는 그게 싫다고요. 제가 싫으면 제 아들도 못 본다고요. 됐다!"
둘 사이에 끼어 새우 등 터지는 남편의 상황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적나라한 고부 갈등의 주인공, 감독의 어머니와 아내입니다.
자꾸 달라지는 시어머니 말을 기록해달라는 아내의 요청으로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선호빈 / 영화 'B급 며느리' 감독 : 일종의 채증을 한 거죠. 동료 감독하고 그걸 볼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이게, 보편성이 있구나 해서….]
개인을 희생시키는 가족 문화, 여성 간 싸움을 부추기는 가부장제의 민낯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힙니다.
[김진영 / 영화 'B급 며느리' 주인공 : 며느리는 내가 가진 많은 모습 중 하나에 불과한데, 그 틀에 씌워서 내가 며느리 기대치를 충족하느냐 못 하느냐로 평가받기 보다는 개인으로 서로 서로를 봐주기를 바랐던….]
회피와 어설픈 봉합보다 껄끄러운 직면을 해법으로 권합니다.
[선호빈 / 영화 'B급 며느리' 감독 :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실제로 부모님이 많이 변하셨고, 나도 생각이 많이 변했고 솔직히 말하고 자기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렇게 좋은 미덕이었구나….]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통쾌하다는 관객의 반응이 개봉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도 독특합니다.
모든 여성이 겪지만, 공론화되지 않는 생리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멀리는 생리의 역사부터, 가깝게는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로 불붙은 사회적 움직임까지 낯선 소재를 감각적으로 풀어내 남녀를 떠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YTN 윤현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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