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 왕조시대에 임금과 중전을 가리키는 상징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 회의실에서 대통령의 뒷자리에는 해와 달을 담은 그림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잠시 사라졌던 이 그림,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임수정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본관 세종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쪽에 있던 커튼을 들춰 봅니다.
그 뒤 국무회의장에는 일월도, 혹은 일월곤륜도라고 불리는 그림이 내걸립니다.
노태우 정부 당시 구입해 국무회의장에 내걸렸던 그림입니다.
일월도 속 해와 달은 왕과 왕비를 상징해 조선 시대 임금이 앉는 용상 뒤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일월도가 민주주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는 커튼으로 가렸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7월 공모를 통해 통일의 의미를 담은 '일자곡선-합수'로 그림을 교체했습니다.
[박영율/ '일자곡선-합수' 작가]
"너무 제왕적인 느낌이 든다고 그래서 교체를 하자고 제안이 나왔나봐요.(당시 비서실에서)소나무 그림이 좋겠다고 해서"
대통령과 장관들이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는 그림 바로 앞에서 회의를 주재해 그림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는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 뒷 배경에 정부 목표를 직접 내걸어 국정 홍보에 활용했습니다.
미술계 인사들은 일월도가 민화로서 가치도 있지만 제왕을 상징하기도 하는 만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월도 그림이 내걸리게 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채널 A 뉴스 임수정입니다.
임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김기범 이 철
영상편집: 최동훈
그래픽: 조한규
화면제공: 국가기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