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자들이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유유히 출국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협조를 하지 못하는 주말에는 신분 확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구멍 뚫린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더깊은뉴스, 변종국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가을, 수도권의 한 농장에서 암매장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며칠전 실종신고가 접수된 농장 주인이었습니다.
[지역 주민]
"그 놈들(범인들)이 쌓아 논거야. 삽으로 (흙을) 덮어 놓은 거야"
6일 전인 실종 신고 당일, 경찰은 돈을 노린 범행으로 판단하고, 용의자 파악을 위해 농장주인의 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변종국 / 기자]
"막상 계좌추적이 시작된 건 영장이 발부된지 사흘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그렇다면 3일이라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계좌 압수수색 영장은 실종신고 다음날인 27일 발부됐지만 추석연휴가 문제였습니다.
은행이 문을 닫는 바람에 계좌 내역 확인을 못한 겁니다.
[최동주 / 여주경찰서 강력팀장]
"연휴때는 집행해달라고 (은행에) 요청을 못했던 거죠. 연휴기간은 아예 쉬니까 전화도 안 받고."
[은행관계자]
"일단 주말에 근무를 저희가 안하죠. (영장집행)절차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말에 항상 대기해야 되느냐…"
경찰은 연휴가 지난 뒤에야 계좌 내역을 확인했고, 우즈베키스탄인 2명이 돈을 빼낸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을 떠난 뒤였습니다.
[최동주 / 여주경찰서 강력팀장]
"(우즈베키스탄) 비행기에서 내리고 난 다음에 바로 확인이 됐던 거예요. 상당히 아까운 사건이예요."
용의자들이 현지 경잘에 붙잡힌 건 열한 달 이상이 지난 뒤였습니다.
캄캄한 새벽, 야근을 끝내고 귀가하던 28살 최모 씨. 외국인과 시비가 붙었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달려갑니다.
그런데, 싸움을 말리던 최씨는 외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용의자가 남긴 유일한 단서는 범행 직전 현금인출기를 사용했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도 계좌추적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역시 주말이 문제였습니다.
[이채원 / 칠곡경찰서 경제팀장]
"(신원을)특정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가 계좌였는데. 영장을 신청했는데 그날 공교롭게도 주말이 걸려 있어서."
[김도영 / 변호사]
"금융기관· IT 업체의 도움 없이는 압수수색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주말에 압수수색 자체가 안돼서 범인에게 도피의 기회라든지…."
그 사이 용의자는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를 찾아 불법체류 자진 신고를 합니다.
나는 불법 체류자다. 내 나라로 돌아가게 해달라.
불법체류자는 곧바로 출국시켜주는 제도를 이용한 겁니다.
[임준태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발각되기 때문에. 자진해서 신고해서 나가게 되면 범죄가 발각되기 전에 쉽게 출국할 수 있는…."
[외국인 범죄담당 경찰]
"황당하죠. 간발의 차이로 놓친 거니까. (담당)경찰들은 억울해서 밤에 잠도 안온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5년간 외국인 범죄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미제사건의 경우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제도의 허점으로 범죄자를 놓치는 일이 잇따르자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외국인 용의자에 대해선 긴급 출국정지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외국인 2백만 명 시대에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는 만큼 세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채널 A뉴스 변종국입니다,
연출 : 김남준 최승희
글 구성 : 전다정 장윤경
영상취재 : 박재덕
그래픽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