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달력을 아시나요 / YTN (Yes! Top News)

YTN news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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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달력 아시나요?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동포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달력입니다.

2017년 달력의 첫 장, 사할린 우글레고르스크 마을 한인 할머니 3인방이 모델이 됐습니다.

수줍은 듯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다음 장으로 넘겨볼까요?

창가에 생선을 걸어두고 햇볕에 말리고 있는 할아버지!

생선이 바싹 마르면 고향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과 나눠 드시고 싶다는군요.

그런데 이 달력, 좀 특이한 점이 보이죠.

러시아 달력인데 한국의 절기와 음력 날짜, 예로부터 악귀가 없는 날로 여겨지는 '손 없는 날'까지 표시돼있습니다.

[이병렬 / 사할린 동포 1세 : 손 없는 날 비행기 표를 끊어라. 우리 친정어머니한테 내가 그렇게 배웠으니까. 이빨을 고치더라도 손 없는 날 가서 이를 고쳐라….]

일제의 강제 징용이 절정에 이른 1940년대.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탄광과 토목공사장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1945년, 조국은 해방을 맞았지만 귀국길이 막힌 이들은 낯선 땅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어쩌면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에게 한민족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는 일은 향수를 달래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사할린 동포들을 위해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제작한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

한국의 음력 날짜와 국경일은 물론 결혼이나 이사 같은 중요한 날을 고를 수 있도록 '손 없는 날'을 표시한 것은 달력으로나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국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병렬 / 사할린 동포 1세 : 나는요. 다른 거 돈보다 새해 달력 들어오면 그렇게 좋아요. 달력만 주면 돈도 싫어. (왜요?) 새해 달력이 있어야지 마음이 좋지, 달력이 없이 어떻게 사나...]

달력의 마지막 장에는 기부금을 보탠 시민들이 직접 쓴 글귀가 적혀 있는데요.

"이렇게밖에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움이 고통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픈 역사 속에 낯선 사할린에 남겨진 동포들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은 작지만 소중한 선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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