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출주표 "공자님, 그렇게 비관만 하실 일은 아닙니다. 마침 제가

지금까지 키워놓은 전력도 만만치 않으니 크게 보탬이 될

겁니다."

박우립은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김적을 바라보았다. 왕삼도 덩달아 그의 눈치

를 살피고 있었다.

김적은 한껏 가슴을 펴고 믿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왕삼은 다소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밝은 달빛 아래 자리를 마련하고 박우립과 왕삼은 한 시

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하는 내내 박우립의

눈빛은 보통 아닌 열의로 가득했다.

"공자님의 말씀대로 고려의 왕통(王統)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낡은 왕조를 다시 세우려고 모여들 유

신들도 이제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복안으로 이 땅에 넘어오셨는지요?"

왕삼은 박우립의 저의가 무척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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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을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박우립은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제게는 미천한 재주이기는 하지만 천기를 살피는 능력

이 있습니다. 일찍이 저는 성좌의 운행을 헤아리면서, 우

리 민족의 고토(故土)인 요동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확

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천기의 흐름은 항상 변하기 마련

이어서 적기를 놓친다면 다시 오백 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만 합니다. 처음에는 이성계에게 모든 기대를 걸었습니다

만..."

뼈아픈 과거에 생각이 미친 박우립은 말꼬리를 흐렸다.

친구에게 배반당하고 목숨마저 위협받았던 기억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이윽고 왕삼이 재촉하여 물었다.

"이제 직접 나서서 대사를 도모하신다는 겁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박우립은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자신의 처지를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되

새기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힘을 내서 열변을 토하였

다.

"아무튼 이 낯선 땅에서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무

림의 형세를 이용해서 군사를 조직하고 그 힘으로 요동 땅

에 독립된 나라를 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배달

의 조국임을 천명해야만 하겠지요!"

왕삼은 묵묵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조국, 조국이라...'

유감스럽게도 조국이라는 이름은 그 자신에게 너무나 낯

설게 느껴졌다. 고려의 유민으로서 대륙에서 핍박받으며 살

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더욱 그러했다.

과거에 조국이 있었다는 것은 그저 아픈 추억에 불과했

고, 조선은 현재의 조국이라고 말하기에는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새로이 미래의 조국을 지향한다는 것은 그저 꿈

같은 일로 느껴졌다.

게다가 지금 박우립은 전쟁을 일으켜 요동을 정벌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려가 패망하던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은 피가

뿌려질 것이 분명했다. 그 피가 동족의 것이든 한족의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것

이든.

'이번 대전만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히 살고 싶

건만....'

더 이상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세속의 공명이나 대의명분에 연연하는 것이 싫

어진 참이었다.

그런데 다시 고토의 수복은 뭐고, 요동의 정벌은 또 무

엇인가.

왕삼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

리 박우립의 말을 자르고 반대할 수도 없었다.

어떻든 자신은 일국의 왕통을 이은 왕손이 아닌가.

단 한마디를 하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말이 되

지 않을까 신중해야만 했다.

왕삼의 착잡한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우립이 문득

품안에서 작은 문갑(文匣)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검은 옻칠이 된 고풍스러운 무늬의 문갑이었다.

왕삼이 무심코 받아들고 의아해 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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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슨 물건입니까?"

박우립이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안에는 자부신경과 저희 자부문의 무공비급이 들어

있습니다."

왕삼이 깜짝 놀라 그를 응시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박우립이 이내 미소를 떠올리며 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제가 오늘 공자님을 뵙고자 한 것은 사실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이 보물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말씀은..."

왕삼은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왔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박우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공자님을 자부문의 후계자로 모시고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싶습

니다."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왕삼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부문이 배달민족을 지켜온 역대 수호삼문 중 수좌격인

문파임은 이정의 입을 통해 들어 알고 있었다.

그만큼 신비스러운 내력과 무공을 간직한 문파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덥석 그 후계자 자리를 받

아들인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일이었다.

"제게는 그럴 만한 자격도, 책임도 없습니다!"

"공자님의 말씀도 옳습니다."

"박우립은 의외로 순순히 그의 말을 긍정했다.

"하지만 이미 말씀드렸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