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경마 번, 단 두 시진만 정신이 돌아오신다니 저로서는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었지요."

박우립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노부는 깨어나자마자 항상 공자

의 소식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왕삼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심각한 말을 하고 싶은

듯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제가 박공께 한 가지 죄를 지은 것이 있습니다..."

박우립은 물끄러미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난처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박우립이 먼저 숙

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부경의 일을 말씀하시려는 거군요."

왕삼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낭자께서 귀국하시기 전, 고왕부에 들러 제게 서신을

남기셨더군요. 김적이 비밀리에 그것을 전하였습니다."

"이 낭자가?"

왕삼은 뜻밖의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이 착잡해졌다. 하긴

이정으로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부와 아버지의 명으로 칠팔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박

우립과 자부신경을 찾아 헤매었는데, 뜻밖에도 사랑하는 사

람이 박우립에게 자부문의 문주를 이어 받아 자부신경을 갖

고 있었으니!

천우신조로 자부신경을 넘겨받았지만 그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 이상, 그것을 갖고 마음 편히 귀국하기는 힘들었으리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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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삼이 혼란한 심정이 되어 말을 잊고 있을 때, 뜻밖에도

박우립이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어찌 보면 잘된 일입니다. 이 늙은이는 30년 전, 이성계

에게 쫓겨 돈황의 사막을 헤매던 그때의 박우립이 아닙니

다. 제 살아 생전에 군사를 일으켜 요동을 수복한다는 건

제 미욱한 욕심이었을 뿐이지요."

왕삼은 그렇게 자신을 위로해 주는 그가 오히려 안쓰러

웠다. 남의 육체에 깃들여 언제 영혼이 스러질지 모르는 상

황에서 그가 필생의 야망을 접어 버린 것으로 느껴졌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박우립은 손을 휘휘 저어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요동 수복의 염원을 저버린 건 아니

니까요."

그의 말을 듣고 왕삼도 불끈 주먹을 쥐고 대답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우립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MA . Me 』 왕삼의 얼굴을 마주보았

다. 두 사나이의 형형한 눈동자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러면 공자께서도?"

"물론이지요."

왕삼이 놀란 듯 그의 말을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MA . Me 』 받았다.

"신경의 내용은 다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

박우립의 주름진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그는 덥석 왕삼

의 손을 부여잡았다.

"새 문주께서 이렇게 심지를 굳히셨으니 저는 평생의 시

름을 덜어도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MA . Me 』 되겠습니다 그려. 사실, 이 낭자께 자부신경

을 넘기신 사실을 처음 알고 노부, 공자께 미심쩍은 맘을

품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왕삼이 장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평생 고려의 왕손이라는 제 신분이 부담스럽기만 했습

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설움받는 우리 백성들의 안타까운

처지만은 언제나 한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박

공의 뜻을 외면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이 낭자

에게 자부신경을 전한 까닭은..."

이 대목에서 박우립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어졌다.

"왕통(王統)이야 어떻든, 우리나 조선의 백성들이나 다

같은 혈육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뿌리를 잃은 나라가 어

찌 제대로 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대로 서지 못한 나

라의 백성들이 어찌 잠시라도 환란을 피할 수 있었겠습니

까. 그래서 이 낭자에게 자부신경을 조선에 전하게 한 겁

니다."

박우립은 넋을 잃고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박우립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

했던 점을 일깨워 주었다. 그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토해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님의 말씀이 하나부터 열까지 타당합니다. 편협했

던 제 생각이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MA . Me 』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사실, 이 낭자께서 내

게 남긴 서신에도 그런 말씀이 적혀 있었지요."

그 말을 들은 왕삼은 새삼 이정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녀는 자부신경 때문에 왕삼과 박우립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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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수도 있는 갈등을 막으려고 미리 충정 어린 서신을

박우립에게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런데 대체 1년 간이나 어디에 가 계셨던 겁니까? 많

은 사람들이 공자님의 생사를 몰라 노심초사하였습니다."

왕삼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간에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박우립은 그의 긴 이야기를 다 듣고 참으로 다행

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의인(義人)은 하늘이 돕는다고 하더니, 정말 어려운 일

들을 잘도 헤쳐오셨군요. 그런데..."

예리한 눈빛을 번뜩이며 박우립이 물었다.

"공자님의 기운이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MA . Me 』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