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일정 "조금 전 네놈이 한 말은 무슨 뜻이냐?"

"어린 계집애야, 무얼 말하는 것이냐? 난 할 말이 없다."

여량의 살기에 가슴이 뜨끔했지만, 장비처럼 생긴 가짜 관표는 지지않고 인상을 험하게 만들며 마주 쏘아보았다.

그렇게 인상을 집중하니까, 선천성 영구불멸의 산적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험한 인상에 겁먹을 여량이 아니었다.

그려는 오히려 더욱 강한 살기를 내비치며 다그쳤다.

"너희 세 놈을 잡아도 우리 꿈이 깨진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사지를 잘라 늑대에게 주겠다."

장비처럼 생긴 관표가 여량을 비웃으며 말했다.

"계집, 정말 모른다면 너흰 감히 녹림왕을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여량이 발끈하며 고함을 쳤다.

"빨리 말해라, 이 개자식아!"

"어린 계집애가 말을 막하는군. 오냐, 잘 들어라, 이 멍청한 계집애야!

내 이름은 관표가 아니고 철우(鐵牛)라고 한다. 섬서 능현이란 곳에서 대를 이어 도적질로 살아온 능현 철가가 바로 나의 가문이다. 남들은 나에게 낭아곤(狼牙棍) 철우(鐵牛)라고들 하지. 이제 알겠는가? 생각해 보아라. 나 같이 하찮은 실력으로 어떻게 녹림왕이란 말을 함부로 쓸 수 있겠는가?"

말을 들은 여량이 몹시 놀란 표정으로 철우를 보았다.

우선 철우가 능현 철가의 후예라는 사실이었다.

능현의 철가라면 녹림칠십이채 중에서도 백 년간 십위권 밖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녹림의 명가였다.

무려 이백 년간이나 대를 이어 산적질을 하면서 그 맥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결코 얕볼 수 없는 저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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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녹림에서 능현 철가는 명가 중의 명가였다.

낭아곤 철우라면 철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재라고 소문이 났었던 당대의 기재였다.

그는 차기 녹림을 이끌 온라인경정,인터넷경정 ◐ SU N MA . ME ◑ 선두 주자 중 한 명으로, 무림십준에 비교되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능현 철가는 몇 년 전부터 몰아친 녹림 소탕전에 멸문하고 말았다.

특히 철가의 경우 녹림이라면 이를 갈던 화산파에 걸려서 개미새끼 한 마리 살아남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 무림인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 낭아곤 철우 역시 화산의 제자이자 화산삼검의 일인인 곡무진에게 사로잡혔다고 하였었다.

곡무진은 관표의 음양접에 죽은 곡무기의 친동생이었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철우가 이 자리에 나타나자 섬서사준도 조금 놀란 듯 했다.

뒤에 있던 두 명의 가짜 관표도 조금 놀란 표정으로 철우를 새삼 다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관표는 능현 철가를 알 턱이 없는지라 그저 묵묵할 뿐이었다.

복사환이 조금 의심스런 눈으로 철우를 보면서 물었다.

"네놈은 죽었다고… 더군다나 네가 철우라면…"

뒤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가 진짜 철우라면 지금 지닌 무공 수위가 너무 보잘 것 없었다.

또한 그가 자랑하는 낭아곤 대신 도끼를 들고 있었다.

"으드득, 누가 나더러 죽었다고 하더냐? 곡무진, 그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새끼는 나를 잡아서 무공을 전폐하고 시궁창에 던졌다. 그나마 절치부심해서 이 정도나마 된 것이다. 지금 원통하다면 바로 곡무진, 그 개 같은 놈에게 복수를 못하고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철우의 눈이 시퍼런 살기로 번쩍거렸다.

비록 그의 몸에 내공의 흔적은 별로 없지만, 지금 보여지는 기개는 능히 실제 장비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 기세를 본 사람들은 그가 낭아곤 철우라는 사실을 모두 믿을 수 있었다.

관표는 은근히 감탄한 표정으로 철우를 보았다.

섬서사준 역시 조금 놀란 표정이었지만, 그가 무공을 전폐당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미친놈, 그 실력으로 화산에 복수를 꿈꾸다니. 역시 그런 머리기에 하는 짓이 도적질뿐이겠지만."

철마검 나현탁이 비웃으며 말하자, 철우가 당장이라도 도끼를 들고 달려들려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량이 막아섰다.

"흥, 기다려라. 아직 내 말에 대답을 안 했어."

"이 멍청한 계집아, 간단하게 말해서 여긴 네가 찾는 관표란 애당초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릴 모두 잡아도 네년의 꿈은 개꿈이란 것이다. 그 따위 머리로 무슨 섬서사준이냐! 그냥 섬서사서(四鼠:네 마리의 쥐)라고 해라!"

여량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머지 섬서삼준의 얼굴도 무척 당황한 표정으로 철우의 뒤에 있는 두 명의 가짜 관표를 보았다.

먼저 키가 큰 관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난 막사야라고 한다. 관표란 이름을 쓰면 꽤 알아준다는 말을 듣고 한번 써봤다."

"난 연자심이란 이름이 있지. 녹림왕의 이름을 도용하면 그나마 장사가 좀 되길래 썼을 뿐이다."

결국 전부 가짜란 말이다.

서로 관표라고 우길 땐 언제고, 이제 온라인경정,인터넷경정 ◐ SU N MA . ME ◑ 와선 서로 가짜라고 한다.

어차피 세상일이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섬서사준의 입장에선 놀림당한 기분이었다.

섬서사준도 바보가 아닌지라 이들이 관표가 아니란 것을 조금은 의심하고 있던 차였지만, 막상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허탈해지고 약이 올랐다.

섬서사준의 얼굴이 제법 보기 안 좋게 바뀌었다.

보는 세 명의 가짜 관표나 진짜 관표는 좀 통쾌한 표정이었다.

겁에 질려 있던 산적의 무리들도 한결 여유를 찾으며 그들을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중에 맞아 죽든 말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들이 승자였다.

그러나 그 기분은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창백한 표정이던 철마검 나현탁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더니 곧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