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셨답니다.
' 얘야. 난 너를 내 생명보다도 더 아낀단다. 하지만 만일 하늘이
너를 호백부의 아들과 바꾸기를 허락한다면, 너를 죽이더라도 호백
부의 아들을 살릴 것이다. ' "
그 하인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감격한 듯 말했다.
" 아가씨, 호일도 어른과 호부인도 지하에서 묘대협 부녀의 높은
의기에 감격하실 겁니다. "
유 관리인은 이 사람이 묘약란이 데리고 온 하인인 줄 알고 있었
는데, 보아 하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당장 누구인지 캐묻고 싶었지
만 좌중의 손님들이 모두 조용히 그의 말만 기다리고 있어서 감히
끼어들지를 못하였다.
그 하인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십 칠 년 전에 저는 창주 고을의 그 객점에서 방에 불을 때는
화부였습니다. 그 해 겨울 저의 집안에는 큰 화가 닥쳤지요. 저의
아버지가 삼 년 전에 땅을 담보로 은자 다섯 냥을 조부자에게 꾸었
는데 그것이 이자에 이자가 붙고 해를 넘기면서 삼 년이 지나자 사
십 냥이 되었습니다. 조부자는 아버지를 잡아다가 우리 어머니를 그
의 하녀로 팔겠다는 문서를 쓰라고 윽박질렀습니다.
아버지는 당연히 응하지 않으셨고, 그래서 아버지는 죽도록 매를
맞고 집에 돌아오셨지요. 아버지는 어머니와 의논을 했지요. 사십
냥의 은자가 다시 일 년이 지나면 팔십 냥으로 변할 테니 그렇게 되
면 그 빚은 평생을 갚아도 청산하지 못할 것이었지요. 어머니와 아
버지는 온갖 방도를 다 생각해 봤으나 죽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자니 부모님은 소인이 불쌍해졌습니다. 세 식구는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할 뿐이었습니다. 소인은 낮에는 객점에서 일하고
밤이면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아버지를 지켜야 했습니다. 어머니 아
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이 세상에 소인만 홀로 남을테니, 그것은 죽는
것보다도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객점으로 많은 부상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객점의 일이 많아지니까 주인은 나를 집에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다음날에 호일도 어른이 왔고, 부인이 도련님을 낳으셨기 때문에 물
을 끓이랴 국을 끓이랴 불을 쓸 일이 많았고, 그래서 주인은 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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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붙잡았습니다. 저는 어머니 아버지 걱정에 이리저리 허둥대며 그
릇을 몇 개 깨뜨렸고 그래서 주인에게 따귀를 몇 대나 맞았지요. 저
는 몰래 불가에 앉아 울었답니다. 호일도 어른이 주방에 왔다가 내
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까닭을 물으셨습니다. 저는 그의 무서운 얼
굴을 보고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지요. 그가 물어 볼수록 저는 더욱
더 슬피 울었답니다. 그리고 그가 다정스럽게 나를 위로하며 다시
우는 까닭을 물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저는 집안일을 그분에게 말했
습니다.
호일도 어른은 벼락같이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 그런 못돼먹은 조가 놈을 내 단칼에 쳐죽이고 싶다만 당장 나에
게 사정이 있어 그 놈을 처치할 시간이 없구나. 내가 너에게 일백
냥의 은자를 줄 테니, 네 아버지에게 갖다드려 빚을 갚으시라 하고,
나머지로는 생활하는데 보태도록 하여라. 다시는 그깐 놈에게 돈을
빌지 말아라. '
소인은 그 어른이 제 얘기를 들으면 그저 코방귀나 뀔 줄 알았지
백 냥이라는 은자를 주시리라고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감히 그것을 어떻게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호일도 어른이 말
했습니다.
' 내가 오늘 아들을 낳고 보니 그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럽고 가련
할 수가 없구나. 아마 너희 부모님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
는 어서 집에 가 보아라. 주인에게는 내가 가라고 했다고 말해 줄테
니 걱정 말아라. '
소인은 그저 그를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답니
다. 호일도 어른은 커자란 보자기에 은자 백 냥을 싸서 저의 등에
걸머지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는 제 엉덩이를 툭 걷어차며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바보 같은 녀석, 어서 꺼지지 못하느냐! '
소인은 얼떨결에 집에까지 갔습니다.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모두들 미친 듯이 기뻐했지요. 정말 세상에 그렇게 좋은 사람
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고, 마치 꿈을 꾸는 듯했습니다. 나와 어
머니는 아버지를 부축하고 그 객점으로 가서 호일도 어른에게 감사
의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분은 손을 내저으며, 자기가 가장 싫어
하는 일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머리 숙이는 일이라 하며 우리 식구를
물리셨지요. 제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려 할 때 문 앞에 말
발굽 소리가 들렸고, 수십 명이 여관으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호일
도 어른의 원수들이었지요. 저는 안심할 수가 없어 어머니 아버지를
먼저 집으로 가시게 하고, 거기에 남아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작정했
지요. 저는 호일도 어른이 우리 세 식구를 구해준 이상 나를 필요로
하기만 한다면 물 속이거나 불 속이라고 해도 눈도 깜짝하지 않으리
라 생각했습니다.
금면불 묘대협과 호일도 어른이 술을 마시고, 호일도 어른이 아기
를 귀여워한 장면 드응ㄴ 보수대사의 말씀과 추호도 다름이 없었습
니다. 하지만 대사는 이 호일도 어른의 방을 훔쳐보던 장면을 바로
객점에서 일하는 꼬마에게 그대로 들켰다는 사실을 모르셨을 겁니
다. "
그의 말을 들은 보수대사는 벌떡 일어서며 그에게 벼락처럼 소리를
쳤다.
" 네놈은 대체 누구냐? 누가 네놈에게 이곳에 와서 엉터리 같은 소
리를 지껄이라더냐? "
그 하인은 약간의 동요도 없이 침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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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평아사(平阿四)라고 합니다. 소인은 의원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