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출주표 통하게 울고 있었다.
왕삼은 침통한 목소리로 옆에 서 있던 막청에게 물었다.
"부인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막청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묵묵히 그의 말에 답했다.
"부인께서는 원래 이곳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십니다.
구천마맹의 포위가 너무 신속해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셨
죠."
그는 조용히 정문의 부인에게 다가갔다. 서른도 채 안 되
어 보이는 단아한 용모의 부인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입고 있는 옷도 무척이나 평범한, 말 그대로 수수한 아낙
의 모습이었다. 부인의 등에는 돌을 갓 넘긴 듯한 아기가
업혀 있었다.
과연 항상 검소하고 정직했던 정문의 부인다웠다. 왕삼
은 뭐라 위로의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흔들리고 있는 그
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가 울음을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확신 어린 말투로 그에게 다그쳐
물었다.
"저희 남편은…… 당당하게 돌아가셨지요?"
왕삼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남편의 떳떳한 최후를 확인
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그녀의 목소리에 배어 있었다. 왕삼
은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물론입니다. 그 분은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
하셨습니다."
그는 다시 흐느끼는 부인의 손을 붙들고 한참을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문득 장팔에게 물었다.
"지금 무림맹의 인원들이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어디에 모여 있느냐?"
장팔이 소매로 눈가를 훔치다가 분개하며 말했다.
"방금 모용소소가 소집령을 발동해서 모두 취의청으로
몰려갔습니다."
왕삼이 오기를 기다리던 조원들은 어느새 소요문 내의
동정을 탐문해 놓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왕삼은 막청과
장팔을 마당 한쪽 구석으로 불렀다. 그는 혹시 숨어 있을
지도 모르는 무림맹의 눈을 경계라도 하듯이 번쩍이는 눈
초리로 사방을 둘러보며 그들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곧 둘의 표정이 환해지며 결연한 기색이 드러났고, 왕삼
또한 관자놀이의 힘줄이 불끈대고 있는 것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소요내각의 넓은 대청인 취의청에는 약 50명의 인물들
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10명은 중앙에 놓인 돌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고, 나머지 40명은 문가에 열을 지어 서 있
었다.
인물들의 지위의 높고 낮음은 그런 배치만으로도 판별
할 수 있었다. 우선 앉아 있는 인물들과 서 있는 인물들
의 현격한 신분의 차이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최
상석에 앉은 사람은 당연히 무림맹 총군사인 모용소소이
고, 그녀를 수행하여 온 무림맹의 중요 인물 여섯 명이
차례대로 상석에 앉아 있었다.
앉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종 선생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
고 말석에 철혈보 보주 금천걸, 나후산장 장주 나후걸 등
이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 모용소소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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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지위가 높다는 것을 뜻했다.
엄연히 손님을 모시는 주인의 자격인데도, 소요문의 나
일청과 송대웅, 이문백 등은 자리를 배분 받지 못한 채 뒤
편에 서 있었다. 비록 무림맹이 소요문에 입성한 후로 각
종 회의의 주재와 작전권이 모두 무림맹에 넘어가 있는 상
태였지만, 이는 현재 무림맹이 소요문을 얼마나 깔보고 있
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실례였다.
나일청과 그의 측근들은 끓어오르는 울분과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수치심을 억
지로 참고 있었다. 괄괄한 성격의 현무당 당주 패권 강무
는 몇 번이고 공개적으로 분노를 터뜨리려 했지만 나일청
의 눈짓 때문에 가까스로 참고 있는 형국이었다.
더 참을 수 없는 일은 회의가 시작되면서 벌어졌다. 모
용소소는 금번 작전을 총결하는 것으로 회의를 개시했다.
"이번 작전을 주도한 네 문파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소
요문 청룡당 제위의 희생이 다소 크긴 했지만 덕분에 전체
전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천마맹과의 전면전을 뒤로 미
룰 수 있었군요.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다
시피 진정한 전투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대비해
야 할 일이 산더미 같습니다……."
거의 전멸에 이른 청룡당에 대해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
로 간략하게 넘어갔으며, 생포 당한 청룡당 당주 섬전검
진사문의 구출에 대해서는 아예 한 마디의 언급조차도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없
었다. 취의청 내에 서 있던 모든 소요문 인물들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러나 제일 먼저 이의를 제기해야
할 나일청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인내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섣불리 흥분할 시에는 자칫 저들은 소요문
에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본문은 구천마맹의 공
격에 방패막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에이스경마예상지 ● SunMa . mE ● 구천마맹에 가
담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나일청은 두 가지 상황 모두 원치 않았다.
한편 상석에 앉은 무림맹 본단의 고수들은 모두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모용소소의 왼쪽 옆자리에 앉은 청수한 얼
굴의 키 큰 노도인(老道人)이 바로 구궁신검(究窮神劍) 사
준환(謝俊煥)이었다.
그는 바로 오성 중의 한 사람인 태극천검(太極天劍) 동
빈(董彬)의 사제였다. 그리고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팔 척의 당당한 체격에 횃불 같은 눈과 두툼한 입술을 지
닌 노승이 바로 소림문파의 공추(空秋)라는 인물이었다.
무공 실력으로만 보면 오성의 한 사람이면서 사형인 공
령(空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