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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실제로 존재하여 자신을 이곳으로 인도했다니, 그저

아연할 뿐이었다. 만약 어떤 무인이 이 동자삼에 연이 닿

는다면 그야말로 무적의 고수가 탄생할 것이다. 낮게 가라

앉은 무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너무 없구나. 사설경륜사이트 【 S UN M A . M E 】 나의 무공은 정심박대(精深博大)

하지만 네게는 무극문 최고의 비전(秘傳)인 건곤무극대법

(乾坤無極大法)밖에 전할 수 없겠구나. 하지만 이것만으로

도 무극문의 정수는 후대에 남게 되는 것이니 관계 없다."

왕삼은 무극자의 목소리에서 어딘가 쓸쓸하고 후회스러

운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이런 기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지 갈피를 잡

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기윤은 자신이 무극동과 인연

이 닿으리라 생각했을까?

"짧은 상면이지만 그래도 사제의 연을 맺는 셈이니, 예의

를 차리지 않을 수 없겠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노인의 말에 왕삼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왕삼이라고 합니다."

"왕삼…… 성은 왕족의 성이로되 이름은 평범하기 그지

없구나. 하긴 사설경륜사이트 【 S UN M A . M E 】 무공의 연성에 있어 이름 따위는 하찮은 것

에 불과하지."

무극자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려라!"

노인의 단호한 말에 왕삼은 단호한 표정으로 입술을 지

그시 깨물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라고?"

의외의 답변에 놀란 무극자의 목소리엔 당혹감과 노여움

이 가득 차 사설경륜사이트 【 S UN M A . M E 】 있었다.

"왜 내 제의를 거절하려는 거냐?"

"제게는 분에 넘치는 말씀이십니다."

무극자는 잠시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넌 무인이 아니더냐?"

"제 품의 무서까지 알아맞히는 안력(眼力)으로 그것도

모르시겠습니까?"

잠시 후 무극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그렇구나! 넌 한줌의 공력도 갖고 있지 않구나!"

왕삼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 이날 이때까지 성인(聖人)의 경전만을 끼고 살아왔

습니다. 물론 무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곳까지 오긴 했

지만."

"그렇다면 내 제의가 싫지는 않을 터인데?"

"물론입니다!"

왕삼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하지만 어르신에게 무공을 사사받는다는 것은 곧 귀문

(貴門)의 한과 바람까지 제 어깨에 지게 되는 걸 뜻합니다."

무극자는 흠칫 놀라 주저하며 말했다.

"넌 나와 같은 배달민족이 아니더냐. 민족의 지혜를 담은

무공을 배우고 그 무공으로 강호에 우리 민족의 정기를 떨

치는 것이 싫다는 말이냐?"

"싫다기보다 부담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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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삼은 고개를 떨구고 진저리를 치며 소리쳤다.

"민족이 다 무엇입니까. 민족의 정기가 다 무엇입니까.

나라를 잃고 이역땅에 떠밀려와 별의별 설움을 다 받고 살

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민족을 따지고 고토의 수

복을 따지는 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왕삼은 고려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왕족의 부인으로 귀

하게 자랐으나 중국까지 쫓겨와 화전을 일구고 사는 어머

니를 생각했다. 명문가의 기품은 다 사라지고 햇볕에 그을

린 이마의 주름살과 갈라터진 손으로 하루하루 식솔을 먹여

살리시는 가엾은 어머니였다. 몇 년간 베옷 하나 사 입지

못하고 왕삼의 학비를 대느라 남은 패물마저 하나하나 다

팔아 넘겨야 했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고려의 부

활에 대한 희망이 조선의 건국과 함께 물거품으로 돌아간

뒤, 아버지는 연일 폭음을 하며 어머니를 가슴 아프게 했

다. 아버지는 왕삼이 무인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을 때에

도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말했다. 오랑캐 땅에서 관리

가 되면 무엇하고, 고수가 되면 무엇하냐고.

패배자, 그것도 아무 희망도 의지도 없는 패배자로 사설경륜사이트 【 S UN M A . M E 】 고려

인 마을 사설경륜사이트 【 S UN M A . M E 】 사람들은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네가 무인이 되려는 목적이 무엇이냐?"

"저는 제 가족, 제 마을을 지키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왕삼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힘도, 돈도 없어서 오랑캐의 말단 관료들한테 설움받는

우리 동포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보릿고개마다 초근목

피로 연명하고, 그것도 없어서 절벽에 몸을 던지는 민초들

에게 민족은 무슨 얼어죽을 민족입니까? 우리 민족에게 정

기가 있다면 그런 건 차라리 개한테나 던져 주십시오!"

무극자는 한순간 망연해지고 말았다.

"기윤이 왜 너처럼 마음이 삐뚤어진 자를 이곳에 보냈더

냐?"

"맞습니다! 전 그런 자이니 포기하시고 그만 보내주십시

오!"

무극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했다.

"전 무극문이 무엇인지, 건곤무극대법이 무엇인지 다 잊

겠습니다. 도인께서는 다른 사람을 알아보시는 게 나을 겁

니다."

무극자가 침울한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