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인경정 “허허! 내 매일 보는 거지만 진짜 자네의 힘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겠네.”

“하하. 젊은 놈이 힘마저 없으면 어떻게 처자식을 건사하겠습니까.”

“그렇지. 자네도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어. 잘만 사설경이트 ● T119.Me ● 태어났으면 장군감인데

말이야.”

집사의 말에 신우는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안 해봤

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생활에 크게 불만은 없었기 때문이

다.

“어르신도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참 자네 집 쪽은 요즘 괜찮은가?”

갑자기 집사가 심각한 안색으로 신우에게 넌지시 질문을 해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 친구 아직도 소식이 깜깜하구만.”

신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집사가 혀를 끌끌 찼다.

어수선한 세상이다. 덕분에 곳곳에서 산적들이 출몰했다. 또한 민심을 흩

트리는 종교들이 창궐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마음을

의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마을 근처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이고 있었

다. 그들은 다음에 올 미륵세상을 위해 세상에 나왔다 했다. 그들은 사설경이트 ● T119.Me ● 마을

을 돌아보고 고아가 된 아이나 어려운 집안의 아이를 돈을 주고 샀다. 또

한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는데 팔지 안으면 밤에 훔쳐서 데려가기도 한다

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모았다. 한

번은 어떤 이가 그런 그들의 행태를 보다 못해 나섰는데 그들의 손짓 한

번에 저만치 날아가 즉사를 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하더니 그들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고 하더군. 자네야

워낙 장사 에다 무예도 출중하니 별탈이 없겠지만 그래도 세상일이란 게

모르는 것이니 조심을 하게나.”

“아~, 예!”

대답은 하지만 신우는 그렇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지게에 쌀 세가마를

지고, 그 위에 다시 이것저것 부산물을 얹고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이

다. 더구나 지금은 군대에 가있는 동네 꺽쇠 형한테 수벽치기를 배워서

인근에 적수가 없었다. 집사가 말하는 중들이 누구인진 몰라도 그의 손에

걸렸다가는 그야말로 허리를 똑 분질러두 동강이를 내주고 말테다.

“그럼 어르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그러게. 내말 허투루 듣지 말고, 조심하게.”

“예! 어르신.”

집사가 셈해준 돈을 품속에 넣고 신우는 기분 좋은 얼굴로 집을 향해 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까 고기 먹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돼지고기라도 몇 근 사가지

고 가야겠구나.’

벌써부터 고기를 보고 좋아할 부모님과 처자식, 동생들의 얼굴이 눈에 선

했다. 그렇게 그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돼지고기를 사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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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까지의 거리는 이십 여리, 읍내에서 한참 먼 곳이지만, 그래도 그

는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발걸음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얼마 전에 혼인한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 오늘아침에 보았는데 벌써 보고 싶었다. 세상사는 게 이런 거란 생

각도 들었다.

“날이 좋구나.”

햇볕이 따갑다. 그러나 그마저도 좋았다. 그냥 좋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조그만 야산을 끼고 있는 그의 마을이 보였다. 저 야산

덕분에 그의 마을은 혹독한 겨울에도 차가운 바람에게서 안전 할 수 있었

다. 그런데 마을에서 왜 검은 연기가 나는 거지?

두근

신우의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의 심장은 격렬하

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왜?”

그러나 의문보다 사설경이트 ● T119.Me ● 발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이 조금씩 빨라

지더니 종내는 뜀박질로 변했다.

마을까지 그가 뛴 거리는 불과 수백 걸음, 그러나 그 거리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그는 숨도 쉬지 않고 마을입구로 들어섰다.

“이··이게 무슨?”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광경은 무엇이지?

집들이 무너지고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동네 이곳저곳에 굴러다니는 시

체들. 모두가 그가 아저씨라고 부르고, 아줌마라 부르던 동네 어른들이다.

거기에다 이 어린아이들이 왜 입에 피를 흘리고 싸늘한 바닥에 누워 있어

야 하는가.

“아저씨, 아저씨. 눈 좀 떠봐요. 아저씨.”

그는 미친 듯이 누워 있는 사람들은 흔들어 깨우려 했다. 그러나 그 누구

도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이미 이승의 경계선을 떠난 망자(亡

子)들인 것이다.

“으아아아!”

신우는 미친 듯이 뛰었다. 자신의 집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그의 눈

에는 붉은 핏발이 서있었고,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자신의 집도 아수라장이었다. 집은 무너져 있었고, 곳곳에 쓰레기처럼 나

뒹굴고 사설경이트 ● T119.Me ●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 어머니.”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바로 그의 부모님이었다. 그는 미친 듯이

부모님을 안으며 흔들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얘···들아.”

이제고 저제고 자신을 기다렸을 동생들······그리고 자신의 어린 아내와 이

제 돌이 지난 자신의 아들, 그들 모두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그를 맞이

하고 있었다.

“왜···왜····무엇 때문에?”

그는 망연자실하게 중얼 거렸다. 도저히 이것이 현실이란 것이 믿겨지지

가 않았다. 혹시 이것은 꿈이 아닐까? 아주 지독한 악몽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현실감 있